북한에 7개월여간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31)씨는 한국에서 기독교 계열 대북 인권운동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거주하다 2008년 4월 한국에 들어왔으며,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3월까지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대북 인권단체 팍스 코리아나의 조성래 대표는 최근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독교 신자인 곰즈씨는 북한 주민 해방 집회, 북한 인권보호 촉구 전단 보내기 행사 등 북한 인권운동에 참여했다”며 “그는 얼마 전 북한에서 석방된 재미교포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과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곰즈씨는 지난해 12월30일 여의도에서 열린 북한 주민 해방 집회에 참석했고, 북한 밀입국 전인 1월12일엔 파주 임진각에서 벌어진 북한 인권 보호 촉구 전단 보내기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곰즈씨는 지난 1월25일 대북 선교와 인권운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북ㆍ중 국경지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조선중앙통신은 4월7일 “곰즈에게 9년의 노동교화형과 7,000만원(북한 원화 기준)의 벌금형을 언도했다”고 밝혔다. 노동교화형은 탄광 등에 설치된 노동 교화소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신체형이다. 이후 지난 7월9일, 조선중앙통신이 “곰즈가 최근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도하면서 곰즈씨 석방 문제가 미국 정부 내에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교화 중에 있는 미국인 곰즈가 심한 죄책감과 구원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 최근 자살을 기도했으며 현재 병원에 옮겨져 구급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대북전문가들은 지난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려온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곰즈씨의 석방 문제를 북미 대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 정부는 지난 9일 국무부 영사담당 차관보 등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북한에 보내 곰즈씨 석방 문제를 협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북측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카드를 제시해 25일 그의 방북이 이뤄졌고, 이틀 뒤인 27일 곰즈씨는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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