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오은선씨의 히말라야 칸첸중가 등정 논란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올 봄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여성 산악인 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의 쾌거를 전해 천안함 충격에 빠진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준 기억이 새롭다. 그런 그가 지난해 5월의 칸첸중가 등반 논란에 휩싸여 대기록을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다.
고봉 등정에 과학적인 공인 절차는 없다. 다만 사진 유류품 셰르파증언 등과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운영자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간접 인정 받을 뿐이다. 오씨는 바로 이 부분에서 미흡했다. 본인의 주장 밖에는 의혹을 잠재울 뚜렷한 정황 증거가 없다.
대한산악연맹이 검증에 나선 것은 적절하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등 베테랑 산악인들이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도 존중해야 마땅하다. 산악인 정신의 핵심은 명예와 양심이다. 세계적 명성과 권위를 지닌 이들이 후배의 성취를 폄하하거나 업체의 이해 등을 좇아 그 같은 판단을 했으리라고 의심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러나 오씨 역시 무턱대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누가 뭐래도 그는 2년 만에 8,000m급 8좌 등반, 10좌 무산소 등정, 7대륙 최고봉 등정 등 넘보지 못할 기록을 쌓은 최고의 여성 산악인이다. 칸첸중가 등정도 양심을 속인 주장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현재로선 공인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억울하더라도 재등정 도전 등으로 시비를 끝낼 수밖에 없다. 비록 기록은 잃을지언정, 그 것이 산악인으로서 더 큰 명예를 얻는 선택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