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미지크 지음ㆍ서경홍 옮김
들녘 발행ㆍ296쪽ㆍ1만2,000원
오른쪽(right)이 곧 옳은(바른) 쪽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 특히 마뜩잖은 상대와 맞설 때 ‘좌파’란 딱지부터 붙이고 드는 이들에게 이 책의 주장은 허튼소리로 들릴 것이다. “똑똑하게 사는 유일한 길은 좌파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자칭 좌파라면 불편해 할 목소리도 담겨 있다. “새로운 반역도 자본주의를 넘어서거나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왜 좌파의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드는가. 독일의 좌파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의 저자 안토니오 네그리, 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같은 이론가들 뿐 아니라,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계급투쟁을 벌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 베를린 출신의 팝 밴드 ‘우리는 영웅’ 등 대중문화계의 반항아들도 주목한다. 말하자면 이 시대의 좌파란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에 나름의 몸짓으로 저항하는 모든 삐딱이들이다.
저자는 좌파의 영웅에서 상품으로 전락한 체 게바라 등의 예를 통해 저항을 포섭하는 “자본주의의 위대한 힘”을 인정한다. 그러나 좌파의 영혼에 깃든 비판적 사고는 자본주의의 결함을 메우는 동시에 그것을 변화시킬 동력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좌파 이론가 존 할러웨이의 말을 빌리자면 국가권력 쟁취를 목표로 했던 옛 좌파와 달리, 새로운 좌파는 “권력을 잡지 않은 채 세상을 바꾼다.” 도대체 어떻게? 저자는 노력에 값하는 보수 없이도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일에 하루 법정 노동시간 이상을 쏟아붓는 젊은이들 등 “시장 한복판에서 시장으로부터 영향권을 빼앗는” 활동들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이처럼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을 목표로 하는 반역, 몸짓 또는 회피들”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상냥한 반항’쯤으로 해석될 원제(‘Genial Dagegen’)의 함축적 의미를 살리지 못해 그저그런 좌판 이론서로 보일 한글판 제목이 아쉽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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