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규명의 단초일까, 아니면 수사의 마무리 수순인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훼손한 직원들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배후 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은 지원관실의 전방위적 사찰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지목됐던 컴퓨터를 고의적으로 훼손한 혐의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직원 장모씨에 대해 2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단 진씨 등 2명이 직접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를 ‘이레이저’라는 프로그램으로 삭제하고, 다른 4대는 외부로 들고나가 전문업체를 통해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씨는 청와대 하명사건을 관리하는 부서로 알려진 기획총괄과의 책임자였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지원관실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진씨를 상대로 ‘윗선’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진씨가 상부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위험부담까지 감수해가며 증거인멸에 직접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진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 최대한 그의 입을 열어 사건의 몸통을 찾아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진씨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윗선’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어 수사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 진씨 등에 대한 영장 청구가 수사 진행상황에서 의미있는 진전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컴퓨터 훼손의 주범을 색출하는 데만 총리실 압수수색이 있은 후 거의 두 달이 걸렸을 만큼 수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검찰 관계자는 “뚜렷한 증거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의혹만으로 (윗선으로) 확대는 어렵지 않겠느냐”며“다음주 말이나 늦어도 9월 초에는 수사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