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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만큼 보이는 숲/ 그 뜨겁던 열정을 태우고… 몸 던진 배롱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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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만큼 보이는 숲/ 그 뜨겁던 열정을 태우고… 몸 던진 배롱나무꽃

입력
2010.08.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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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그 여름 나의 절망은/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중략)/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중에서)

배롱나무는 7월부터 9월까지 백여일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꽃을 피워 나무백일홍으로도 불린다. 모두가 무더위에 지쳐 기진맥진하는 가장 뜨거운 여름에 가장 뜨겁게 열정을 꽃피웠다. 그리고 용도를 다한 화려한 꽃잎은 개구리밥 연못에 몸을 던졌다. 보일 듯 말듯 노란 꽃밥도 양념으로 뿌려 놓았다. 부평초 (浮萍草) 아래 몸을 숨긴 물속 생명들에겐 여름 별미가 될 것이다. 배롱나무 꽃이 모두 지고 나면 본격적인 추수철이다. 여름은 그렇게 끝난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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