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세 번 울었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에서였다. 프리스케이팅을 마치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고,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딛고 동메달을 딴 조애니 로셰트를 보자 멈췄던 눈물이 또 뺨을 흘렀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서는 애국가를 부르며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쳤다.
그로부터 6개월. ‘피겨퀸’ 김연아가 또 울었다. 가슴 벅찬 감동 때문이 아니었다. 4년간 동고동락한 코치와의 결별, 그 결별을 두고 벌인 불필요한 소모전에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연아는 26일(한국시간) 훈련장에서 어머니를 곁에 두고 흐느껴 울었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간 진실 공방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결별 이유를 두고 복합적 문제임을 내비친 김연아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지칠 대로 지친 양 측은 더 이상의 싸움 없이 각자의 길을 가게 될 전망이다.
오서의 주장처럼 김연아 측이 그동안 수 차례의 연락에도 불응했고, 또 김연아 측이 밝힌 대로 이달 초 ‘공백기’를 갖자고 먼저 얘기한 만큼 결별을 통보한 쪽은 김연아 측이었던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3주 후 오서 측에서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발끈하면서 일이 커진 것.
피겨계에서 선수와 코치의 결별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한 과정은 양 측을 괴롭히는 억측들만을 불러왔다. 지난 4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가 대표로 앉은 매니지먼트사의 미숙한 일 처리가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김연아는 산적한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새 코치 영입부터 쉽지 않을 전망. 피겨 관계자는 “10월부터 그랑프리대회에 나설 선수들은 독기를 품고 준비 중이다. 내로라하는 코치들은 자기 선수 지도에 여념이 없는데 갑자기 김연아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연아를 올림픽 챔피언으로 조련하면서 코치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오서 역시 출혈이 크다. 잦은 인터뷰를 통해 자기 변호에 나서는 동안 계속해서 말을 바꿨고, 극비에 부쳐졌던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까지 발설해 버렸다. 외신들은 이같은 오서의 경솔한 행동을 질타하는 분위기. 코치로서의 다음 행보에도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김연아가 계획대로 당분간 현역을 유지한다면 오서와는 국제대회에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시상대에 선 김연아를 향해 박수치는 오서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래저래 ‘아름다운 이별’이 아쉬운 ‘퀸’과 ‘퀸 메이커’의 결별이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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