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 한강시민공원의 원두막 위로 뻥 뚫린 하늘이 가을을 예고하고 있다. 오이 참외 수박 호박 따위를 심은 밭을 지키기 위하여 밭머리에 지은 막. 원두막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하지만 원두막이 농산물 도둑을 막는 용도로 이용된 것만은 아니다. 그늘을 피하고, 음식물을 나누고, 때로는 즉석 장터가 되어 이웃 주민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한강공원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원두막의 용도는 무엇일까? 도시의 원두막은 잊었던 계절감을 되찾아주고, 잃어가는 추억과 정서를 되돌려주는 공간이다. 스스로를 벽에 가두면서도 누군가와 소통에 목말라하는 도시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구조물이다. 원두막 지붕위로 시원스럽게 열린 하늘처럼.
배우한기자 bw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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