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계룡시 ‘어선횟집’ 사장 남성희(53)씨는 요즘 행복하다. 올해 1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후 전국 각지로부터 격려 방문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본보 1월6일자 11면 참조).
원양어선 선장이던 남씨는 2005년 9월 코카인 1,200㎏을 남미 수리남에서 아프리카 세네갈로 운반하던 국제마약조직을 신고했지만 보상은커녕 빈털터리 상태로 국내로 돌아와 4년 가까이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보복이 두려워 생활 근거지였던 수리남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고 신분증도 만들지 못한 채 숨어 지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막일을 하며 돈을 모았고, 마침내 지금 운영하는 작은 횟집을 차렸다. 신분증을 발급 받고 ‘제2의 항해’에 나선 남씨의 일상이 언론에 보도된 후 그의 삶에 예기치 않은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올해 3월 예고 없이 나이 지긋한 60대 남성이 남씨의 가게를 찾아왔다. 양해철(61)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열심히 살라”며 초록색 띠가 선명한 국민포장을 건넸다고 한다. 그 포장은 양씨가 통일교육전문위원으로 오래 활동한 공로로 1999년 받은 거였다. 양씨는 남씨 손을 꼭 부여 잡고 “국가를 위해 이렇게 큰 일을 했는데도 전혀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 나라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남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동호회 모임 박우물(45)씨 등 3명은 남씨에게 ‘위로공연’을 해주기 위해 횟집을 찾았다. 박씨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공연을 하는 사단법인 레일아트 창립자. 이들은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스페인어로 남미 노래를 부르는 등 1시간 동안 남씨 앞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박씨는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남씨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 장성들도 수시로 찾아와 남씨와 술잔을 돌리며 격려했고 신문기사가 실린 지면을 액자로 특별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남씨는 “저와 아무 연고도 없는 분들이 사심 없이 가게를 찾아와 격려해 주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활짝 웃었다.
계룡=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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