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받을 것 받고도 日 눈치 보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받을 것 받고도 日 눈치 보나

입력
2010.08.26 17:33
0 0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사망지원위원회에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위원회가 일본정부로부터 받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조선인 노무자 5,600명의 사망기록인 매ㆍ화장 인허가 문서 촬영을 돌연 불허하자 일부 방송사 기자들이 항의하면서 빚어진 소동이다. 이미 촬영약속을 받아 두고 준비했던 터라 방송기자들은 갑작스런 위원회의 취재통제에 분개했다.

위원회의 태도변화는 단순한 약속파기가 아니었다. 내막은 이랬다. 이날 오전 강제징용 조선인 노무자들의 매ㆍ화장 인허가 문서 관련보도가 나가자 주한 일본대사관은 위원회에 항의를 했다. 비공개를 전제로 일본정부가 제공한 것인데 한국언론에 보도돼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이미 카메라 취재를 허용하기로 방송사에 약속을 해놓은 상태에서 일본측의 항의가 들어오자 난감한 상황이 됐다. 결국 일본측의 보도자제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위원회는 약속을 뒤집고 카메라 취재를 통제하게 됐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일본의 눈 밖에 나면 앞으로 더 이상 자료를 넘겨받을 수가 없지 않겠냐"고 이해를 구했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본정부가 강제징용의 고통 속에 이국 땅에서 눈 감은 조선인들의 신원기록을 제공하면서 이러저러한 조건을 다는 자세는 얼토당토않다. 외국인이 자국 땅에서 사망했을 경우 그 사실과 기록을 해당국에 전하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기본적인 원칙이다. 조선인이 강제로 전쟁에 내몰린 양국간 과거사에 비추어보면 일본은 더욱 성심성의를 다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전범국가인 일본의 이런 불손한 자세에 굴복하고 눈치까지 보는 위원회는 역사의식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는 것인가.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