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대학생이 마주 앉았다. 언어만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도 쉽게 통할 리 없다. 중국에서는 2008년부터 혐한증(嫌韓症)이 기승을 부렸다. 한국 청년들도 중국산 제품, 중국의 티베트 탄압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 양국 청년 20명이 '중국 내 반한 감정 해소법'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국 회의실에 중국 10개 대학의 학보사 기자들이 들어섰다. 매년 해외 언론인 초청사업을 진행하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올해로 세 번째 중국 대학생 기자들을 초청한 것인데, 올해는 여느 때와 달리 서울대 대학신문 기자들과의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천안함 정국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풀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사회는 이민태(46) 중국인민대 당대중국연구소 교수가 맡았다.
오해를 푸는 질문 공세
말문은 중국 학생들이 열었다. 류창(북경신식과기대3)씨는 "중국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중국 내 소규모 영리신문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 문제 등을 왜곡 보도하면서 반한 감정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이 공자를 한국사람이라 우긴다'는 중국인들의 황당한 오해도 이런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류씨는 "많은 대학생은 이를 믿지 않으며 학교에서 만드는 학보 등을 통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보다 민감한 문답도 오갔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이상석(24ㆍ동양화과3) 편집장과 박치용(19) 사회부 기자가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한국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중국이 소수민족을 탄압한다는데도 정작 많은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는 점 때문에 중국에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운을 떼자, 중국 기자단이 웅성댔다. 쉔예(북경대3)씨가 "우리도 주류매체만 맹신하지는 않는다"고 답했지만 논쟁은 더 뜨거워졌다.
"뭐가 문제라는 건가"(중), "예컨대 티베트는 독립을 원하고 있지 않나"(한), "그럼 북한이 한국과 살기 싫다고 하면 지지할건가"(중), "비유가 적절치 않다"(한), "그럼 제주도가 한국땅 안 하겠다고 하면 지지하나"(중)라는 질문이 팽팽히 오가자 양국 학생기자들의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결국 한국 기자단이 "제주도 쪽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했고, 중국 기자단이 "상하이 베이징 등 재정여건이 좋은 곳의 세금을 걷어 소수민족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많으니 내부 시각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한 뒤에야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화해는 청년의 몫
이쯤 되자, 한중 화해를 위한 조언과 다짐도 쏟아졌다. 황쓰자(북경희곡대 2)씨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이 무조건 중국을 적대시한다는 식의 오해가 많이 풀렸다"며 "앞으로 젊은이들이 서로 양국을 직접 방문하는 청년외교를 통해 소통하는 일이 잦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로의 만남을 학보를 비롯해 개인 블로그 등에 실어 세상에 소개하자는 대안도 나왔다. 실제 북경청년정치학원의 인터넷 신문에 한국 유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올리는 오피니언 코너를 신설한 이후 교내 한중 학생들의 마찰이 급격히 줄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논쟁으로 시작된 토론이었지만 양국의 학생들은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다 되가는 게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이상석 편집장은 "통역을 거쳐 말하다 보니, 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깊은 속내를 이야기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쉬원(청화대3)씨는 "양국 청년들이 느끼는 기쁨도 슬픔도 어려움도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며 "청년이야말로 양국의 미래이니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노력하는 사이가 되자"고 화답했다.
중국 학보사 기자단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방문, 인천 한류콘서트,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등의 일정을 마친 뒤 30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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