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참 잘 타네. 난 이제 죽어. 잘 살아. 자기야 사랑해’
24일 오후 7시께. A(32)씨의 휴대폰에 연달아 문자메시지 진동이 울렸다. 하지만 A씨는 술에 취해 이를 알지 못했다. 잠시 후 전화가 다시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A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서울 성북구 정릉동 3층 빌라 건물의 2층집 안방에 누워있던 아내 B(30)씨는 남편과의 통화를 끝내고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방안에는 문틈으로 들어온 시커먼 연기가 가득했다. 불과 몇 십분 전 문 앞에 종이와 옷가지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지른 건 자신이었다.
이들 부부는 화재 발생 1시간 전까지 친구들과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다. 남편은 소주 5병 가량 마셔 만취했고, B씨 역시 평소 주량 이상을 마셨다. 그리고 취기에 부부 싸움이 있었다. 동대문시장에서 신발가게를 꾸려나가는 부부는 최근 아내가 “네일 아트를 배워서 가게를 내고 싶다”고 하면서 다툼이 잦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홧김에 집을 뛰쳐나갔고 그 사이 아내가 극단적인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들 부부는 올 1월 결혼한 신혼이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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