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44)씨의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기록은 무산되는가?
대한산악연맹이 26일 오씨의 칸첸중가(해발 8,586m) 등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이 사실이 아니라면 여성 최초 완등 타이틀을 에두르네 파사반(37ㆍ스페인)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의 유력 산악단체인 연맹이 부정적 견해를 밝힘에 따라 해외에서의 의혹 제기도 더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오씨는 “연맹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파문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대한산악연맹 잇단 의혹제기에 입장 선회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산악계에서도 산악단체가 개인 등정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산악인의 정신과 자부심을 지키는 차원에서 정상 등정에 대한 일정한 증거만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맹은 이례적으로 국내 칸첸중가 등정자 7명의 의견을 청취해 오씨의 등정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성명을 냈다. 잇따른 의혹이 제기되자 연맹이 14좌 완등을 인정하던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이다. 연맹의 김재봉 전무이사는 “산악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산악단체에서 객관적 사실을 검증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오은선 “연맹 결정 받아들일 수 없다”
연맹은 “오씨의 등정 사진에 드러난 바위 등 특별한 지형이 정상 부근에서는 목격되지 않았고 지난해 오씨가 직접 설명한 등반 과정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등정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이런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씨는 “같은 날 같은 시기에 갔어도 정상의 사진이 다를 수가 있는데 제 사진만 인정할 수 없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칸첸중가 등정사진은 정상에서 5∼10m 밑에서 찍은 사진이며 악천후로 시야가 좋지 않을 때는 이런 방식의 인증 사진이 관례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연맹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정상 등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 확보해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했다. 연맹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의 자료로는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니 명백한 자료를 들고 온다면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14좌 완등 기록 어떻게 되나
연맹의 입장 발표에 따른 해외의 의심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맹과 오씨측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4좌 완등 기록 또한 여론의 악화로 ‘논란중’으로 보류될 것이란 관측이다.
산악인들은 14좌 완등이라는 기록은 오씨가 스스로 입증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등정 여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기관이 없는 데다 뚜렷한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등정을 인정하는 최고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87) 여사도 자신은 기록자에 불과하다며 한국 내의 입장이 정리되면 통보해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오씨가 모든 의혹을 풀기 위해선 14좌 여성 첫 완등이란 타이틀을 포기하더라도 다시 칸첸중가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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