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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최고령 교육차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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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최고령 교육차관의 등장

입력
2010.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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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말 지방의 교대를 졸업했다. 교대 출신이 대부분 그렇듯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유는 그만이 알고 있을 게다. 선박사업을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모았다. 교육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걸까. 교육계를 떠난지 23년만에 부산시교육위원으로 교육계에 컴백했고, 불과 2년 뒤 지방교육을 주무르는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 역량을 두루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타의에 의해 결정되는 임명직이 아니라 자신이 힘으로 이뤄낸 선출직이었다. '쟁취'한 자리였던 셈이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을 지방교육의 수장으로 지냈고, 지난 7월 새 교육감 취임 직전에 물러났다.

최근 취임한 설동근 교육차관 이야기다. 그는 우리 나이로 63세다. 역대 최고령 교육 차관이다. 정부 부처를 통틀어 차관으로선 가장 나이가 많다. 50세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와는 띠동갑을 넘어 열 세살이나 차이가 난다.

설 차관의 등장을 예견한 사람은 드물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도 처음부터 교육차관으로 그를 점찍어 두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설 차관 인선은 파격적이고, 어떻게 보면 모험적인 측면도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이주호 전 교육차관이 장관으로 승진 내정되면서 교육부에서는 "내부에서 차관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1급 관료의 차관 승진설이었다. 장관과 차관은 동향(同鄕)이어서는 안 된다는 소위 '상피(相避)제'전통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헛물만 켠 꼴이 됐다.

교육부의 오랜 '관행'이 깨진 것도 그렇지만, 부산시교육감을 10년이나 한 설동근씨의 교육 차관 임명은 가볍게 넘기긴 어려울 것 같다. 그가 교과부 장관을 원했던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장관이 안 됐으면 깨끗이 접는 게 상책인데, 왜 차관 자리를 받아들였을까. 인사권자의 의중과 설 차관의 속내를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진보교육감 시대를 맞은 교육계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이념이 개입돼선 곤란한 영역이다. 이념에서 자유롭고 소통이 이뤄져야만 빛을 발하고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분야가 교육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자율과 경쟁의 기치를 내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벽에 부딪쳐있는 형국이 아닌가. 갖가지 정책을 놓고 이념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이 연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진보교육감'이라는 용어도 기실 교육 분야의 이념대립이 낳은 씁쓸한 신조어에 다름 아니다.

설 차관이 주변의 기대와 우려를 경청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부산교육 개혁의 전도사로 다른 시도교육청의 벤치마킹을 끌어낼 만큼 숱한 성과를 이뤄낸 능력을 중앙 무대에서 발휘하라고 이 대통령은 당부했을 것이다. 그에겐 기회일수 있다. 그런데 이럴려면 6인방 진보교육감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진보교육감들과의 관계 설정과 조율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임에 틀림없으나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겨우 출발선을 지난 설 차관에게 고언(苦言)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오버'는 금물이다. 차관이란 자리를 장관으로 가는 통과의례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큰 일이다. MB가 맡긴 미션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가 한때 교육 장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기에 하는 말이다.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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