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 헌 날, 살벌한 정쟁에 매달리다가도 제 밥그릇 챙기는 데는 기꺼이 한마음이 되는 게 우리 국회의원들이다. 여야, 보수ㆍ진보가 따로 없다. 지난 2월 소리소문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행태도 그렇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고령회원 지원금을 특혜라며 폐지하라고 외치던 민주노동당 의원까지 선뜻 찬성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은 월 120만원씩, 평생 연금을 받는다. 재산상태나 다른 연금 수령여부는 상관없다. 단 하루 의원직을 수행해도 수혜 대상이다. 관행으로 지급한 지원금을 연금으로 법제화했고, 재원은 국민 혈세다. 올해만 대상자가 790명에 예산 116억 원이 들어간다.
꼬박 20년 국민연금을 넣어도 월 8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기가 막힌다. 백 번 양보해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생계와 품위를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하더라도, 법까지 고쳐 일률적으로 노령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평소 저들이 입버릇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을 되뇌는 것이 무색하다.
뒤늦게 논란이 일자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법안심사에 소홀했다고 사과하며 원상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늘 이런 식이다. 국회를 수시로 개점휴업으로 만들면서도 세비는 빠짐없이 챙기고, 민생 법안은 뒷전이면서 자신들의 복지를 돌보는 데는 빈틈이 없다. 그러다 여론이 들끓으면 짐짓 물러서는 시늉을 한다. 이번에도 우연히 들통 나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국회는 양심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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