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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나는 지금 섬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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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나는 지금 섬으로 간다

입력
2010.08.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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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라고 하면 대부분 흑산도 지나서 만나는 아름다운 섬 홍도(紅島)를 생각한다. 통영 먼 바다에 또 다른 비경의 홍도(鴻島)가 있다. 전남 신안의 홍도는 붉은 섬이고, 경남 통영의 홍도는 괭이갈매기 섬이다. 지금 내가 찾아가고 있는 섬은 괭이갈매기 섬이다.

통영항에서 50㎞쯤 되는 만만찮은 뱃길이다. 스무 해 전 처음 홍도를 만났다. 이름처럼 괭이갈매기의 섬이었다. 고양이 소리를 내며 하늘을 덮던 수 만 마리 괭이갈매기의 군무, 그 괭이갈매기 똥으로 하여 섬이 하얗게 빛났었다. 홍도는 무인도였기에 섬의 주인은 괭이갈매기였다.

홍도 등대에 세 사람의 등대지기가 있었다. 바다가 험해져 보급선이 오지 못해 먹을 것이 떨어지면 괭이갈매기 알을 삶아 먹는다고 했다. 삶은 알을 권했지만 두려워 먹을 수가 없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가 생각났었다. 괭이갈매기 알을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새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 같았다.

실제로 괭이갈매기들이 사람을 공격한다고 했다. 새들이 주는 공포. 그건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보다 더욱 짜릿한 공포였다. 홍도는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그 사이 괭이갈매기가 번식해 10만 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군무의 장관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당분간 나를 찾지 마시라. 나는 지금 그 섬으로 가고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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