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6일 전격 방중은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점이 많다.
사전 방중 징후, 방중 루트, 25일과 26일의 북한 매체 보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김 위원장의 방중은 극비리에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전 움직임을 사후 분석해 보면 주로 외교라인의 고위급 관리들을 대동하고 북한의 북부 지역을 시찰한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러한 움직임이 없었다.
북한 매체가 전한 김 위원장의 이번 주 대외활동은 평양시 선교 구역의 곡산농장 현지지도와 군 예술단체의 선군승리 천만리 공연 관람 등 2건이다.
조선중앙통신이 26일 0시33분 전한 김 위원장의 곡산농장 현지지도에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 당 중앙위 부장들인 김경희 홍석형 태종수 등이 수행했고, 지난 23일 새벽 보도된 선군승리 천만리 대공연 관람에는 군과 당 인사들만 따라갔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앞둔 중국측의 특별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지난 5월의 방중 전만 해도 중국 단둥시 공안국은 1급 경비체제를 가동, 주변 경비를 대폭 강화했고 그 여파로 압록강변의 일부 호텔은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길로 택한 지안(集安)에선 눈에 띄는 경비강화 등의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새벽시간에 극비리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일각에선 희박하지만 김 위원장이 실제 중국에 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으로 갈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든 상황인데다, 자신이 초청해평양에 와 있는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바람’을 맞힌다는 것이 아무리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곰즈씨를 데려오기 위한 것으로 돼 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 뭔가 중요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아닌 일부 당 고위 간부들이 권력승계 행보 차원에서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을 호위해 김일성 주석의 행적이 있는 지안에 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린시 등 현장에 파견된 외신 특파원들 사이에서도 “김 위원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특별기차엔 김정은과 당 고위 간부들만 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방중 여부는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 보도로 최종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카터 전 대통령 초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은폐하기 위한 각본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카터 면담과 만찬, 26일 새벽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내 공장 현지지도 동정을 전한 중앙통신 보도 등이 모두 김 위원장의 방중을 은폐할 목적으로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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