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제 새벽 전용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불과 3개월 여 전인 5월3~7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 지도자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2차례 방중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 그럴 만한 중대한 사정과 특별한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배경과 결과를 어느 때보다 유심히 지켜보고 대비할 일이다.
정부 관계자와 북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과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김정은 후계체제 마무리와 관련된 방중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북한은 다음달 초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어 당 체제 정비와 김정은 후계구도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앞서 혈맹 중국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의 주된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관측대로 김정은이 동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달리 논란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5월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양국간 전략적 소통 강화, 즉 내정 및 외교상 중대 문제에 관한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강조했고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한다. 북한의 후계 문제는 이런 전략적 소통이 필요한 중대 문제이다. 특히 김 위원장으로서는 3대 세습에 관한 중국 측의 양해와 함께 대규모 식량과 에너지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김정은 후계 구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주민생활 향상 등 내부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의 이례적 방중이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과 맞물린 점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의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가 16~18일 북한을 방문, 6자회담 재개를 협의한 데 이어 어제 방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2차 방북 임무는 억류 미국인 석방에 국한된다고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대안 모색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천안함 사태 해결 뒤 6자회담 재개 원칙을 고수하던 우리 정부도 최근 6자회담과 천안함 대응은 다르다며 한발 물러선 자세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 동안 경색과 대결로 치달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짐으로 기대할 만하다.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와 내부체제 안정 등이 긍정적으로 결합하면, 한반도 정세가 일순간에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는 갑작스럽게 진행될 수 있는 국면 전환에 빈틈없이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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