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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계룡산 신원사 계곡, 그 신비로움에 경외심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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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계룡산 신원사 계곡, 그 신비로움에 경외심 절로

입력
2010.08.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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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수많은 도사님들 중 계룡산을 거치지 않은 분들이 있을까? 언제부턴가 ‘계룡산에서 ○십년’은 도사에게 꼭 갖춰야 할 수식어였다. 정감록과 도참사상의 영향으로 수많은 무속인들과 일반 백성들이 새 세상을 기대하며 몰려들었던 곳이 바로 계룡산이다. 계룡산은 풍수지리적으로 산줄기와 물줄기가 태극의 형상으로 서로를 휘감아 흐르는 ‘산태극 수태극’의 지세라 했다. 신령스러운 풍수로 계룡산의 위엄과 신비로움은 외경심을 불러일으켰고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비쳐졌다.

가벼운 걸음으로 오르는 수통골 산행

지독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을 보내는 여행길. 허해진 몸과 마음에 새로운 기운을 북돋울 걸음으로 계룡산을 선택했다. 계룡산은 크게 동학사, 갑사, 신원사, 수통골 지구로 나뉜다. 계룡산 경치의 최고는 역시 관음봉-삼불봉을 잇는 자연성릉일 것이다. 기암의 능선이 용의 몸부림처럼 꿈틀대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 코스는 폭염이 다 가시지 않은 이맘때 걷기엔 조금 무리다. 노련한 산행꾼이 아니면 더위 먹기 쉽다. 주위 분들에게 보다 손쉬운 코스를 물어보니 대전 유성구에 붙어있는 수통골을 추천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동네 뒷산 오르듯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 했다.

수통골은 계룡산 주봉에서 멀찍이 떨어져 나와 있다. 도덕봉 금수봉 빈계산 등 봉우리들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다. 수통골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로 빈계산(414m)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1.8㎞다. 시작부터 계단이다.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이마와 목덜미에서 굵은 땀방울이 떨어졌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더위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 2010년의 여름도 다신 돌아오질 않을, 소중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 마음을 고쳐 잡으니 성난 울음으로만 들렸던 새소리 매미소리가 살갑게 다가온다.

오르막이 끝나고 능선길에 오르니 걸음이 편해졌다. 털가죽 뒤집어쓴 청설모와 다람쥐가 부지런히 숲을 가로질렀다. 능선길에는 짙은 녹음이 드리웠다. 여름이라 덥지만 여름이라 얻을 수 있는 초록 그늘이다. 빈계산 정상 조금 못미쳐 하늘이 열리고 시야가 터졌다. 수통골의 능선 너머로 천황봉 관음봉 삼불봉의 계룡 주능선이 출렁거렸다.

빈계산 정상에는 돌탑이 꽤나 크게 자리잡았다. 마을 어귀의 서낭당과 비슷해 보였고, 오래된 산성의 성곽처럼도 보였다. 정상에서 시원한 솔바람에 땀을 말리고는 쇠골재를 지나 수통골 계곡으로 내려왔다. 금수봉 자티고개를 지나 도덕봉까지 이어진 수통골 능선 일주가 좋다지만 여름의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씨 탓에 그냥 시원한 계곡으로 바로 숨어들어가기로 했다.

쇠골재를 지나 계곡에 접어드니 반가운 물소리가 들렸다. 얼른 배낭을 내던지고는 졸졸 흐르는 물줄기에 얼굴을 통째로 담갔다. 땀에 전 목덜미를 씻어냈을 때의 그 상쾌함이란.

명성황후 염원을 담은 중악단

계룡의 계곡엔 수통골을 비롯해 동학사계곡, 상신계곡, 갑사계곡, 신원사계곡 등이 있다. 산 자체가 돌산이라 물이 풍족하지 않지만 비 온후 며칠 동안은 제법 세찬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이들 계곡 중 가장 한적한 곳은 신원사 계곡이다. 공주시와 대전시 등과 가까운 갑사나 동학사 계곡과 달리 신원사 계곡은 대도시와 멀찍이 떨어졌고 접근로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

신원사 계곡은 신령스러운 계룡산 자락 중 가장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다. 무속인들이 유독 많이 찾는 곳이다. 계룡의 신령스러움을 대표하는 곳이 바로 신원사 경내에 있는 중악단이다. 계룡산에선 국가가 나서서 산신제를 지냈다. 신라 때는 5악중 하나로 계룡산을 중히 여겼고, 조선 때는 북쪽의 묘향산을 상악으로, 남쪽의 지리산을 하악으로 여기고, 중앙의 계룡산을 중악이라 해 단을 세우고 산신제를 모셨다. 이중 현존하는 것은 중악단 하나뿐인데 지금 신원사 경내에 자리하고 있다.

무학대사의 꿈에 산신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태조 3년(1394)에 처음 이곳에서 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효종 2년(1651)에 제단이 폐지됐다가 고종 16년(1879)에 지금의 건물이 명성황후의 명으로 다시 지어졌다. 중악단을 새로 지어야만 했던 명성황후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스러져가는 조선의 운명을 산신의 힘에나마 기대고 싶은 애절한 염원이 스며있는 건물이다. 중악단 건물 안에는 인자한 표정의 산신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다.

계룡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트레킹 팁- 기능성 속옷

무더운 여름 산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계속 흐르는 땀과 그로 인한 냄새일 것이다. 한 여름 땀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을 위해 아웃도어 업체에서 출시한 기능성 속옷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기본적으로 언더웨어는 쾌적한 착용감과 함께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취기능을 갖추고, 통기성이 우수하며 촉감이 시원하고 몸에 달라붙지 않는 제품이 좋다. 여기에 아웃도어 활동에 무리가 없도록 흡습, 속건성과 강력한 스피드 소취기능이 추가된 제품이면 더욱 좋다.

최근 각광받는 맥시프레시 플러스 소재는 장년층 이상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땀 냄새를 없애주는 신개발 소재다. 반복 세탁에도 기능이 지속된다. 땀을 빨리 빨아들이고 속건성도 좋아 착용시 쾌적함을 유지시켜 준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해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하다.

도움말=노스페이스

■ 여행수첩

계룡산 동학사지구나 수통골지구는 호남고속도로 유성IC에서 접근하는 게 빠르다. 수통골은 32번국도를 타고 계룡산 방향으로 가다 금배골에서 좌회전 한밭대쪽으로 향한다. 신원사지구는 천안-논산 고속도로 탄천IC에서 찾아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수통골 빈계산을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데는 2,3시간 걸리고, 빈계산 금수봉 도덕봉을 일주하는 코스는 5,6시간 예상해야 한다.

계룡산 동학사 앞에 자리한 이시돌은 남도정식의 명가이다. 남도음식잔치에서 수상을 했을 만큼 맛에는 일가견이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남도 맛정식’(1만8,000원). 들깨를 갈아 넣은 시래기국, 쑥부쟁이 들깨무침, 피마자잎 볶음, 토란국, 고사리를 넣어 지져낸 조기매운탕 등 고향의 손맛이 한 상 가득하다. (042)825-8285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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