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의 스마트워크(Smart work) 논의가 한창이다. 모바일 오피스, 재택 근무, 유연 근무제 등으로 똑똑한 근무환경을 구축해 노동 효율성과 업무 몰입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스마트워크는 출ㆍ퇴근 근로자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워킹맘의 여가 시간을 늘려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똑똑한 근무환경'으론 부족
스마트워크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기술로 어디서나 쉽게 IT 인프라에 접속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 44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의 14%가 이미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했다. 25%는 도입 중이며, 32%는 3년 내 도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3년 안에 70% 이상이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도입한다는 얘기다.
한국IBM은 1995년 모바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사무실을 벗어나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어 고객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또 사무실 공간 활용을 극대화, 연간 22억 원의 임대관리비를 줄였다. 미국 본사는 연간 700억 원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15년 경험으로는, 꼭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스마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도 70%가 모바일 근무제에 만족하며 75%가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가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업무를 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식근로자의 협업을 촉진하고 혁신을 이뤄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의사소통 부재와 조직의 동맥경화를 해소,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시너지를 이뤄 그야말로 '생각이 에너지가 되는' 힘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워크를 구현하려면 몇 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기업과 정부의 조직문화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직적 지시와 통제 기능은 유지하되, 수평적 협업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성과 중심의 직무평가를 해야 한다. 최고 경영층과 관리자들이 업무문화 혁신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성공의 필수요소다.
둘째, 유ㆍ무선 통신망과 화상회의, 스마트폰 등 물리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한층 중요하다. 개별 산업에 특화한 솔루션과 비즈니스 분석 툴, 애플리케이션, 소셜 네트워크 등 협업을 위한 콘텐츠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업무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스마트워크를 통신과 기기의 하드웨어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우리는 또 다시 '하드웨어 IT 강국' 에 머물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목표
셋째, 우리가 만들어 갈 스마트워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스마트한 방법이어야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경험한 한국형 실패 사례들을 되돌아보고, 한국형 집착에서 벗어나 최고의 글로벌 스마트워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마트워크가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다.
스마트워크는 낮은 생산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부족 등 이제껏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많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스마트워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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