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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새 제작 때 검증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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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새 제작 때 검증 안했다

입력
2010.08.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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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국새 제작 과정은 제작자 선정부터 국새백서 발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관리와 감독이 부실했던 것으로 행정안전부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새 제작을 주관한 행안부(당시 행정자치부)가 최근 일고 있는 국새에 대한 각종 의혹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행안부는 26일 국새 제작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4대 국세를 만들 당시 의정관실 직원 1명이 업무를 전담해 꼼꼼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국새가 만들어진 과정을 점검하는 전문 기관의 감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관련 공무원을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새제작단장을 맡은 민홍규(56)씨의 말만 믿고 국새 제작 과정에서 어떠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사실을 행안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우선 행안부는 국새를 제작하기 위해 구성된 국새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민씨의 전통 국새 제작 방식에 대한 구체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민씨에게 일절 증명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한국일보 24일자 2면). 보통 이럴 경우 자주 쓰는 검증 방식인 시연회조차 열지 않았다.

국새를 납품받을 때 반드시 제출받게 돼 있는 과업결과보고서(제원 함량 무게 등 수록)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씨가 제시한 과업계획서에는 금 은 구리 아연 주석 다섯 가지 재료를 사용해 국새를 만든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주석을 사용하지 않았고 금 사용량도 논란이 됐다. 박성일 감사관은 “국새에 금이 제대로 투입됐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준공처리했으며, 국새에 쓰이지 않은 주석이 포함된 것으로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특히 국새 제작 과정에서 전통 제작 방식이냐, 현대식이냐를 놓고 민씨와 제작단원 이창수(46)씨 간에 논란이 일었지만 국새가 완성될 때까지 어떠한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 그 결과, 국새백서의 초안 격인 국새홍보물에는 국새를 전통 방식으로, 백서에는 현대식 가마에서 제작한 것으로 기록했다. 민씨는 앞서 전통가마에서 국새를 구워야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법처럼 주장해 왔다. 김상인 대변인은 “민씨가 ‘전통 방식을 공개할 수 없다’며 제작 과정을 보지 못하게 하자 그가 제출한 사진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민씨의 금 도장 로비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 16명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공무원 중에는 당시 행자부 차관이었던 최양식 경주시장만 금 도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의혹 대상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국새는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의 검사 결과,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공무원들의 관리 및 감독 소홀 등으로 규정대로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국새를 새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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