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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가을장마'는 라니냐 심술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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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가을장마'는 라니냐 심술 탓

입력
2010.08.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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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코앞인데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23일은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는 처서(處暑)였지만 서울 경기 등 중부지역은 굵은 빗줄기로 뒤덮였다. 처서에는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린다는 풍습도 옛말이 된 셈.

올해는 특히 8월에 유독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올 여름(6~8월) 전체 강수량은 588.3㎜로 평년(580.2㎜)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8월 강수량은 평년의 170.4%에 육박한다. 8월에 비가 내린 날도 중순(19일)까지 최근 10년간 7.2일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11.5일에 달한다. 더구나 기상청은 23일부터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내리기 시작한 비가 30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올 8월에는 비가 내린 날이 20일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경기북부, 강원영서북부에 25일 밤부터 26일까지 150㎜ 이상 비가 내리는 등 중부지역 곳곳에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올해 유독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을 가을 장마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본디 습하고 따뜻한 열대기단인 북태평양고기압은 적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6월 하순쯤 세력을 키워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한다. 이 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면 폭염이, 오호츠크해기단과 만나면 장마가 생기는 게 전형적 여름철 날씨다. 하지만 7월 하순만 돼도 한반도 남쪽으로 물러가는 게 보통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에는 8월에도 남하하지 않고 대륙성고기압과 한반도 상공에서 전선을 형성해 비를 뿌리고 있는 것.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키우고 있는 대표적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라니냐가 꼽힌다. 올 여름 유독 뜨거웠던 대기 온도에 의해 세력이 커진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 강력해진 라니냐로 인해 남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니냐(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4도 이상 낮은 현상을 가리키는데, 현재 이 지역 해수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낮은 상황. 올해 라니냐의 위력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예측 과장은 "라니냐가 발생하는 해에는 서태평양 필리핀 인근 해역의 해수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렇게 상승한 온도는 이 지역에서 상승기류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북태평양고기압의 고압대를 강화시킨다"며 "이 과정의 연관관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보통 늦어도 8월 15~20일 사이 남쪽으로 밀려났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빵빵하게 부푼 풍선처럼 여전히 한반도 부근에서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오호크츠해기단 대신, 대륙성고기압이 대치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사실상 전통적인 장마철의 기압계가 우리나라에 형성돼 있는 꼴이라 일부 학자들은 2차 장마, 가을장마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9월 중순까지도 평년보다 비가 많이 자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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