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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품질 기준, 산업 트렌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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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품질 기준, 산업 트렌드 이끈다

입력
2010.08.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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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그 산하기관 수장의 관용차로 인기가 높은 체어맨을 생산하는 쌍용자동차 직원들이 최근 조달청을 찾았다. 조달청이 올해 도입한 '최소녹색기준제' 적용대상에서 체어맨을 빼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에 따르면 9월부터 에너지효율 3등급 미만의 차는 공공입찰에서 배제되는데 체어맨은 5등급이다.

조달청은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현대 에쿠스나 체어맨 같은 대형차 대해 2년간 적용을 유예키로 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5등급 자동차가 단기간에 3등급을 취득하는 건 무리"라며 "대신 업체로부터 2013년까지 연비를 끌어 올린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달청 스탠다드'가 국내 산업의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40조원의 정부와 공공부문 구매력을 바탕으로 조달청이 내거는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민간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때문. 더 큰 판로 확보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만 여겨졌던 조달청이 이제는 민간기업의 생산 및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을 구체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달청이 산업 표준을 이끄는 대표 사례는 우수조달물품지정제도이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세계 수준의 제품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1996년에 도입됐는데, 매년 기술 수준 검증을 통과한 업체에 한해 자격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서세단기를 공공조달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대진코스탈 관계자는 "조달청이 제시한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다보니,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 상담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조달물품'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신기술 검증에 노력하는 과정에서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기술력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인 대기업ㆍ중소기업 상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도 조달청은 나름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지역제한 경쟁입찰'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76억원 미만의 일반 토목ㆍ건축공사는 공사 현장이 있는 지역의 건설업체만 입찰토록 하는 것인데,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 상황에서 지방 중소기업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터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공사 도급액의 30~40% 이상을 공사현장 소재 지역업체에 의무적으로 공동 도급토록 유도하고 있는 것도 대ㆍ중소기업의 상생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녹색성장, 대ㆍ중기 상생 등 관련 부처가 내놓은 정책은 대개 방향 제시 차원이어서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조달청은 계약과 구매 등 현실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정부 정책을 실현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5년 21조8,000억원이던 조달청의 조달 규모가 지난해 42조7,000억원에 달하는 등 향후에도 조달청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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