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규(56) 전 4대 국새 제작단장이 전통 국새 제작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한 석불 정기호 선생이 대한민국 초대 국새를 제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전수받은'600년 비전(秘傳)'으로 국새를 제작했다는 민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최고의 전각자이자 금속학자로 알려진 A모 석좌교수는 25일 "석불 선생은 민씨가 주장해 온 600년 비전이라는 옥새전각장인이 아니다"고 밝혔다. A교수는 "석불은 나무 돌 금 옥 등에 인장을 새기는 국내 전각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던 것은 사실이나 옥새 등을 주조하는 기술도 없고, 작업했던 분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석불이 평생 대표작 300여점을 수록해 출간한 을 들으며 "초대 국새를 제작했다면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 평생 한번 제작한 전각집에 실었을 텐데 전혀 기록이 없고, 심지어 경력에도 국새 제작자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았다"며 "평소 석불 선생과 친분이 있던 사람들은 석불 선생이 초대 국새 제작을 했다는 사실을 알지도, 직접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실제 국가기록원에도 초대 국새 제작자로는 천상당이라는 도장을 제작한 업체명만 기록돼 있을 뿐 어디에도 석불이 국새를 제작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948년 국새가 제작됐기 때문에 한국전쟁 등을 거쳐 당시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며 "풍문으로 석불 선생이 제작했다고 내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A교수는 "민씨가 석불 선생이 옥새를 만들었다고 내세우는 근거 자료인 등도 거짓일 확률이 높다"며 "모두 이번 수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을 통해 조사하면 금세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그동안 석불이 국새를 제작했다는 증거로 석불의 회고록이라고 주장해 온 라는 책과 직접 출간한 를 내세웠다.
석불의 아들 목불 정민조(66)씨는 "부친이 옥새를 제작한 것은 4세 때 일이라 솔직히 기억에 없다"며 "부친은 전각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셨으며, 주조 등을 하지는 못했다. 아마 초대 국새를 만드셨다면 주조가 아닌 일반 도장을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씨는 "민씨가 아버님 회고록이라고 주장하는 란 책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책"이라며 "어떻게 가족이 모르는 회고록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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