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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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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분유

입력
2010.08.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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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잠 좀 한숨 푹 자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아기가 밤에도 자꾸 깨 칭얼대는 통에 부부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단다.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흔히들 겪는 일이니 조금만 참고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아기가 잠을 잘 못 자고 칭얼댈 때는 남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유는 배앓이다. 아기가 숨이 넘어갈 듯 크게 울며 보채고, 우는 동안 얼굴이 빨개지면서 입 주위가 창백해진다면 배앓이를 의심해볼 수 있다. 모유나 분유를 먹은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기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다면 배앓이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 요즘처럼 열대야가 계속되는 시기엔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도 배앓이를 일으킬 수 있다.

배앓이가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건 분유다. 분유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 사람 몸에 단백질이 들어오면 효소가 잘게 잘라 펩타이드 형태로 만든다. 그래야 소화가 된다. 하지만 영유아 시기에는 소화체계가 미숙해 분유 속 단백질이 간혹 펩타이드가 아닌 덩어리 상태로 장에 도달하기도 한다. 바로 이럴 때 아기는 장이 더부룩해지면서 배앓이를 하게 된다. 김영진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영양과학연구센터 육아식품연구팀장은 “최근 유럽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유를 먹는 아기의 10∼30%가 배앓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더 민감한 아기는 몸이 미처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 덩어리를 아예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항원)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피부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같은 우유단백질 알레르기로 이어진다.

배앓이나 알레르기는 분유를 끊으면 보통 없어진다. 하지만 모유가 부족하거나 아직 밥을 먹지 못하는 아기에게 분유는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무턱대고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유럽에선 일찍부터 배앓이나 알레르기를 겪는 아기에게 특수한 분유를 먹였다. 단백질을 미리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잘라(가수분해) 만든 분유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분유가 출시됐다.

우리 아이도 모유가 부족해 일찍부터 분유를 먹었다. 처음에 어떤 분유를 먹일지 골라야 할 때 솔직히 난 거의 고민하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먹던 걸 별 생각 없이 그대로 먹였다. 돌아보니 아이에게 살짝 미안해진다. 혹시 100일 전 밤에 깨서 울던 때 분유가 안 맞아 속이 안 좋았던 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 아인 이제 31개월에 접어들었다. 분유 뗀지 한참이다. 그래도 오지랖 때문인지 엄마라는 이름 때문인지 밤새 잠 못 들고 칭얼댄다는 친구 아기가 못내 걱정된다. 문자메시지를 한번 더 보냈다. 배앓이가 아닌지 한번 찬찬히 살펴보라고 말이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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