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뤄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동 여부다.
개인방문 형식이지만 카터 전 대통령의 대북 활동 이력이나 북미관계 가변성 등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이날 북한 매체들이 카터 전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 면담 및 만찬 소식만을 전한 점에 비춰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났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불발될 경우 카터 전 대통령 방북 카드의 파괴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북측의 제의로 방북한 만큼 김 위원장과의 회동은 어떤 식으로든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평양에서 141일 동안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킬 당시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3시간여 동안 면담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남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을 초청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 면담 일정을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회동은 26일 오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관련국들은 김 위원장과 회동 성사를 전제로 회동 성과물을 주시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 곰즈씨 석방 문제는 물론 북미관계 전반 사안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사실상의 특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고 이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전달받은 제의를 CNN생중계 방송을 통해 발표, 국면을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모종의 제안을 내놓으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북한 2차 핵실험과 천안함 사태 이후 교착국면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르면 내주 초 대북 금융제재 추가조치를 담은 새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고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강경한 입장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클린턴 방북 때처럼 국면전환을 원하겠지만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만 미국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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