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을 쓴 1950년대 한국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 손창섭씨가 지난 6월 23일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8세.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25일 “손창섭 선생의 소설 인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 달 초 도쿄에 갔다가 부인 우에노 지즈코(81) 여사로부터 선생이 지난 6월 돌아가셨고 화장 후 유골을 니가타 현에 있는 절에 모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손씨는 6월 23일 오후 11시23분께 지병인 폐질환이 악화돼 입원 중이던 도쿄 무사시노 다이 병원에서 숨졌으며, 우에노 여사는 고인의 묘를 조성해 9월 25일 안장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방 교수는 전했다.
1922년 5월 20일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3세 때인 1935년 만주로, 이듬해에는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가 교토와 도쿄에서 고학하며 니혼대에 진학했다가 중퇴했다. 해방 이듬해 귀국한 그는 1949년 단편소설 ‘얄궂은 비’를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 1953년 ‘문예’지에 단편 ‘사연기’와 ‘비오는 날’이 추천돼 정식 등단했다. 1959년에는 단편 ‘잉여인간’으로 당시 ‘사상계’가 주관하던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전후 한국의 황폐한 사회 현실과 개인의 불구적 삶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잇따라 발표, 장용학 등과 함께 50년대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한국일보 자매지인 ‘주간여성’에 도발적인 가족 해체 서사를 담은 장편 (1970)를 연재한 직후인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도일 후에도 재일동포의 애환을 다룬 장편 (1976)과 원나라 치하의 고려를 무대로 한 장편 (1978)을 한국일보에 연재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행적은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지난해에야 도쿄에서 부인과 단 둘이 지내며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다. 방민호 교수는 “부인에 따르면 선생은 여전한 창작열에도 불구하고 형편이 좋지 않아 80년대 이후에는 주로 번역 작업을 했다고 한다”며 “고인의 문학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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