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덕분에 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춘천지방법원 심재완(35) 판사는 25일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춘천 신촌 정보통신학교(춘천소년원) 검정고시반 이모(16)군. 그는 평균 80점이 넘는 성적으로 지난 24일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군과 심판사의 인연은 지난 6월초 시작됐다. 당시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생을 폭행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을 처지였던 이군은 재판과정에서 소년원에 보내줄 것을 간청했다. 불량한 친구들과 관계를 끊고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심판사는 이군의 뜻을 받아들여 소년원 단기송치 판결(6개월)을 내렸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이군의 처지를 감안한 배려였다. 이후 심판사는 소년원에 들어간 이군을 자신의 자녀처럼 보살폈다. 소년원 관계자들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틈틈이 면회를 가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 군은 편지에서 “판사님이 면회를 와 용기를 불어 넣어 주셔서 마음을 다 잡는데 큰 힘이 됐다”며 “은혜를 잊지 않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심 판사는 “자신의 잘못을 빨리 깨닫고 스스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길을 선택해 기특했다”며 “짧은 시간임에도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성과를 내줘 고맙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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