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카터 측의 독자적 대북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을 놓고 미 행정부와 북한이 벌인 비공개 협상이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개인 비선조직을 통해 북한 측과 방북 여부를 놓고 여러 차례 물밑 조율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측은 방북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 행정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특사가 아닌 인도주의 차원의 개인적 방북이라는 단서 하에 방북을 허락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북한과의 협상에선 북한문제 전문가인 박한식(71) 조지아대(UGA) 교수가 핵심적 중재역할을 했다. 박 교수는 7월3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 체류하면서 북한 측과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협의했다. 이후 북한은 뉴욕의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카터 전 대통령 초청의사를 애틀랜타의 카터센터 측에 전달했으며, 이 때부터 카터 전 대통령 측과 미 행정부 간 방북 문제 협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한 미국 내 대표적 대북 전문가로, 카터 전 대통령과는 카터가 조지아주 주지사를 지내던 1970년대 초반부터 개인적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카터 전 대통령이 1차 북핵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할 때도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등 카터 측 대북라인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천안함 사태 등으로 북미관계가 극도로 경색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하자 대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1976년 카터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자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백악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24일(현지시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그는 평소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고, 전문가다운 식견을 갖고 있다"며 "남북 및 북미 관계는 반드시 평화적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만큼 그의 방북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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