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001년 일왕 가문의 백제 혈연관계를 밝히기에 앞서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 방일 때 이미 한반도와 인연을 언급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 전 대통령 방일 때 한국측 통역이었던 김상배씨를 인용해 1990년 5월 노 전 대통령 방일 만찬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회식이 끝나기 직전 노 전 대통령에게 “한국과 상당한 인연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전통음악인 아악(雅樂)을 감상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도중에도 “저희들 가계를 보면 어머니쪽에 한국계 인물이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노 전 대통령과 김씨밖에 없었다.
방일 만찬 당시 “통석의 염”이라는 아키히토 일왕의 식민지 지배 사죄 발언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 내에서는 불만이 있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한국과 인연”을 언급한 일왕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귀국 후 “선린우호의 새 시대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고 측근을 모은 자리에서도 일왕의 발언을 소개했지만 발표는 삼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후 2001년 12월 기자회견에서 “간무(桓武) 천황(제50대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는 사실에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느낀다”며 일왕 가문이 백제와 혈연관계라는 인식을 밝혔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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