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과 위장 취업, 부동산 투기 논란 등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야당 의원들은 신 후보자를 '의혹 백화점'이라고 지칭하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세게 몰아붙였다.
신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부터 몸을 한껏 낮췄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의 질의에 "세 딸의 학교 전학을 위해 4차례 주민등록법을 어기고 주소를 이전한 적이 있다"며 "성실히 법을 지키고 살아가는 국민과 청문위원들에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위장전입의 배경을 묻자 "목동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했는데 큰 딸이 이사 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며 "많이 고민했지만 아버지 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신 후보자는 "좋은 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은 아니다"며 "둘째 딸과 셋째 딸도 학교 부적응 문제가 생겨 나쁜 환경을 피해간다는 의미에서 또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일산 주민들은 외국어고를 가기에 유리한 중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다 아는데 왕따 운운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도 "왕따를 위장전입으로 해결한다면 국민이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부인이 경기 양평 지역 땅을 살 때 리조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며"장관 내정 직전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판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서갑원 의원은 "1993년 이후 17건의 부동산 거래가 있었는데 주거목적 매입은 3건에 불과하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전혜숙 의원은 "2004년 일산 아파트를 4억7,500만원에 팔았지만 2억6,800만원으로 신고했다"며 다운 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했다.
신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절차를 어기거나 세금을 안 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3~4년 이상 산 집의 자산가치가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부담을 느끼지만 떳떳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신 후보자는 부인의 위장취업 논란과 관련해 "그 절차가 합법적이었다"면서도 "일한 만큼 보수를 받았느냐는 점에서 떳떳하지 못한 행위였다. 작은 욕심을 부린 것 아니냐는 점에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신 후보자는 또 2007년 차량 렌트 비용을 한 건설자재 납품업체로부터 지원받았다고 민주당 장병완 의원이 지적하자 "몇 달은 지원받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그는 96년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기자생활 때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신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열거하면서 "조폭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한다. 지금 조폭 중간보스를 뽑는 것이냐.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해 여당 의원들과 거센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 후보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데 주력했다. 진성호 의원은 "후보자를 흠집내기 위해 사실관계 없이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엄호했고, 조윤선 의원은 "(위장전입으로 전학을 간 학군이) 학력 차이가 나는 좋은 학교는 아니다"고 두둔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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