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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경색 '희미한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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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경색 '희미한 숨통'

입력
2010.08.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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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에 변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아이잘론 곰즈씨 석방 협상을 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최근 평양에서 북한 당국과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조율했던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26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대북 쌀 지원 논의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한 흐름으로 엮어서 보는 이들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이 각각 한 묶음이 돼 대립하던 한반도 '신냉전' 국면에서 변화의 기운이 움트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 위기를 풀어냈던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북한이 요구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면담하겠다는 뜻이고, 이는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현안들은 단발적인 사안들이어서 한 흐름으로 엮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지난해 8월 여기자 2명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의 방북처럼 단발에 그칠 것이고, 6자회담 조기 재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동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고, 더군다나 대북 제재를 위한 행정조치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북미간 접점 모색도 쉽지 않다.

따라서 변화의 요인은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날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밝히느냐와 중국의 외교력에서 찾아야 한다. 천안함 국면에서 한국, 미국과 갈등해온 중국은 국면 전환을 위해 6자회담 재개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의 설득으로 한국과 미국 양측이 요구하는 핵 폐기에 관한 진정성 등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이다.

이를 종합하면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 당사자들이 천안함 사태 등으로 극도로 경색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쌀 지원의 불씨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등 여권에서 먼저 지펴지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현정부 내부에서 대북관계 전환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후계체제를 추진하는 북한도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정책 전문가는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서 정부 내의 정치적 수요와 판단이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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