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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잠 깬 '고릴라 유리'/ 美 코닝社 망치로도 안 깨지는 강화유리, 터치시대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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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잠 깬 '고릴라 유리'/ 美 코닝社 망치로도 안 깨지는 강화유리, 터치시대에 부활

입력
2010.08.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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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손가락으로 화면을 건드려 작동하는 터치 기기들이 쏟아지면서 각광을 받는 제품이 있다. 바로 미국 유리제조업체 코닝의 강화 유리 '고릴라'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애플의 아이폰4 모두 이 유리를 쓴다. 그런데 이 제품은 무려 50년 전 개발됐다가 사장된 발명품. 반세기만에 햇빛을 보게 된 사연은 이렇다.

1960년 미국 코닝의 연구개발팀은 역발상 제품인 '깨지지 않는 유리'에 도전했다. 당시 개발팀을 이끌던 빌 아미스티드는 '머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어려운 과제를 설정, 1961년에 강화유리'켐코'(Chemcor)를 개발했다. 특허 기술로 만든 이 유리는 어찌나 강하던지 망치로 두드려도 쉽게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없었다. 코닝은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 앞유리 용으로 공급하려 했으나 누구도 이렇게 튼튼한 유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너무 앞선 기술 탓에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것. 결국 희대의 제품은 2년 동안 시장을 찾다가 창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제품이 다시 빛을 본 것은 얼추 50년 뒤인 2007년이었다. 미국 휴대폰업체 모토로라가 찾아와 충격에 강한 유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코닝 연구팀은 부랴부랴 창고 속에 묻혀 있던 켐코를 꺼냈다. 여기에 더 얇으면서 경도를 높이는 이온교환처리 기술을 추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제품을 사용한 델의 태블릿PC의 경우 화면을 펜으로 무지막지하게 내리찍어도 깨지지 않는다. 미국코닝의 한국법인인 한국코닝 관계자는 "일반 유리의 절반 두께인데도 몇 배나 강해 잘 긁히거나 깨지지 않는다"며 "고릴라를 채택한 휴대폰은 따로 보호필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름도 강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고릴라'로 붙였다.

코닝의 고릴라는 전세계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채용했다. 국내에는 2008년 2월 LG전자가 '엣지폰'에 처음 적용한 뒤 '뉴초콜릿''아레나''옵티머스Q'에 고릴라를 사용했다.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갤럭시S도 마찬가지. 스티브 잡스가 헬리콥터에 쓰이는 강력한 유리라고 자랑한 아이폰4 앞ㆍ뒷면의 강화유리도 고릴라다. 이렇게 고릴라를 사용한 곳은 전세계 20여개사, 225개 제품에 이른다.

요즘은 휴대폰 업체는 물론 국내외 LCD TV 업체들도 코닝사를 찾는다. 고릴라를 사용해 TV를 만들면 충격에 강하면서 첨단 디자인으로 각광받는 테두리 없는 TV를 만들 수 있다.

한국코닝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시장 규모가 2억5,000만 달러에서 내년엔 1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라며 "특히 내년에 TV용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1억8,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과 일본 공장 증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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