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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라마단이 괴로운 국내 이슬람 이주노동자들/ "기계 도는 시간에 기도한다고 미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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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라마단이 괴로운 국내 이슬람 이주노동자들/ "기계 도는 시간에 기도한다고 미워해요"

입력
2010.08.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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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온 30대 초반의 이주노동자 A씨. 그는 고용주의 종교적 탄압 때문에 스스로 불법체류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2008년 봄 한국에 들어와 인천 서구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한국에 온 첫 번째 라마단 기간에 '몸에 악마가 씌었다' '종교 활동에만 관심 있는 너에게 돈을 못 주겠다'는 등 사장의 폭언과 개종 강요에 못 이겨 공장에서 도망쳤다"고 털어놨다.

이슬람의 종교의식이자 축제인 라마단 기간인 매년 8~9월 국내 이슬람권 출신 이주노동자(5만~6만명 추산)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금식 등 육체적 고통이야 신심(信心)으로 기꺼이 견디지만, 고용주와 관리자들의 편견과 오해는 참아내기 힘든 고통이다.

올해 라마단은 이달 1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한 달간이다. 1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을 하고 매일 5번의 기도를 한다. 담배와 물(마시는 것은 물론 씻는 것조차), 성관계도 금지된다. 파키스탄 출신의 한 노동자는 "공기가 있어 숨을 쉬듯, 라마단은 이슬람 신자에겐 당연한 종교 의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식(禁食)과 예배. 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 B(32)씨는 "한창 더운 여름에 밥을 안 먹으니 기운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사장이나 공장장은 일부러 그런다고 욕을 한다. 또 고용계약을 할 때 분명히 (라마단 기간에) 하루 5번 기도 시간을 보장해준다고 하고 나중에 딴 말을 한다"고 했다. 이슬람을 이해 못하는 관리자들이 라마단을 태업이나 단식으로 받아들인다는 푸념이다.

특히 해가 진 이후에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오해를 증폭시킨다. 한 한국인 공장 근로자는 "씻지도 않아 땀냄새투성인 더러운 모습에다 일할 때는 안 먹고 퇴근 후에 실컷 먹는다. 내가 봐도 얄미운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오해는 직장 내 갈등의 원인이 되고 해당 노동자의 이탈로 이어진다. 인천에서 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인 C(30)씨는 "라마단 기간이 되면 공장에 가는 게 무서울 지경이다. 한국말로 하면 '왕따'다"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대놓고 항의하거나 이슬람을 이해해달라고도 못한다"고 했다. 대부분이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비자를 받고 들어온 탓에 고용주의 허락이 없을 경우 직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꾹 참고 지내거나, 도망쳐 불법체류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고용주도 할 말은 많다. 이슬람 지역 노동자 5명을 고용하고 있는 경기 김포시의 D 사장은 "먹으라는 밥 안 먹고 종일 축 쳐져 있고 기계가 한창 돌아가는데 기도하겠다고 해버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퇴근 후에 떠들고 논다. 곱게 봐줄 사람이 어디 있나. 적어도 공장 내에서는 한국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노동자들의 종교적 유연함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연합회(이슬람연합회)의 알리김(본명 김철)씨는 "교리에도 여행자나 노동자 등 특별한 상황에 따라 기도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연합회의 이주화 이맘(성직자) 역시 "무슬림을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과 동시에 (타국에 왔으니) 어느 정도 유연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최현모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고용주 역시 근로 시간과 효율이 줄어든다고 돈을 못 주겠다는 등 임금 체불의 꼬투리로 잡으려 하지 말고 작업시간을 야간으로 돌려준다든가. 라마단 기간 외 다른 기간에 추가로 일을 보충토록 하는 등 종교적 관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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