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문 융합시대의 글로벌 경쟁력, 송도 캠퍼스서 키울 것"
인하대의 변함 없는 가치는 비상(飛翔)이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 처럼 세상을 높은 곳에서 넓게 보는 안목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본관 앞에 굳건히 자리한 비행기'우남호'도 비상을 상징한다.
국내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해 미국 하와이를 오갔던 '우남호'는 인하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 오래됐다. 이본수 총장은 "'비상 다음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그가 언급한 '비상 다음의 비상'은 송도신캠퍼스 조성이었다.
개교 60주년이 되는 2014년에 송도신캠퍼스가 1단계 완공되면 인하대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 총장은 "학교 발전의 최대 전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_송도에 캠퍼스를 만들려는 대학들이 많지 않나요.
"여러 대학들이 계획하고 있지요. 솔직히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들이 송도에 캠퍼스를 만든다면 여러 측면에서 괜찮다고 봐요.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고,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겁니다.
인하대 입장에서도 경쟁 체제에 접어들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마스터 플랜을 갖춰놓고 예산까지 확보한 경우는 드물어요. 송도캠퍼스 조성과 관련해 제때 제역할을 하는 대학은 현재로선 인하대가 유일합니다."
_송도캠퍼스에 유독 애착을 갖는 이유는 뭔가요.
"송도캠퍼스는 현 용현캠퍼스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교육과 연구에 소요되는 공간이 부족하고 인프라 확충 요구도 빗발치고 있지만 해결이 난망했어요.
송도캠퍼스는 이런 난제에 해법을 던져줬어요. 뿐만 아니라 송도캠퍼스에 해외 대학과 연구소를 유치할 경우 대학의 글로벌화와 동시에 유망 선도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게 가시화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신캠퍼스 조성을 통해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는 겁니다.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요."
_언제 송도신캠퍼스를 볼 수 있을까요.
"내년 상반기에 착공합니다. 개교 60주년이 되는 2014년에 1단계 완공과 함께 부분 개교할 생각이에요. 송도신캠퍼스는 지식산업복합단지라고 보면 돼요. 해외 우수대학의 분교와 연구소, 글로벌 기업연구소가 들어설 겁니다. 이러면 이들 기관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을 것이고, 공동교육과 연구도 자연히 활성화 할 것입니다.
기존 캠퍼스와 차별화한 송도캠퍼스만의 특징이겠지요. 이미 미국 휴스턴대와 카네기멜론대 등 해외우수대학들과 송도캠퍼스 조성에 협력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어요. 미국 유타대 약대와는 지난해 6월 DDS(Drug Delievery System:약물전달체계)분야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총장의 꿈은 송도신캠퍼스 조성에 그치지 않아 보였다. 그는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20'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5위, 아시아 30위, 세계 100위권내 진입을 의미한다고 했다. 어떻게하면 가능할까. "첨단 공학분야와 물류 등 선도 분야를 집중 육성할 겁니다. 학생 3만명, 교수 1만5,000명, 직원 6,600명에 연간 예산 2조4,000억원 규모의 성장이면 충분하겠지요."
_새정부 들어 대입자율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는지요.
"대입 완전자율화는 2012년 이후에 결정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사실 성급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생각을 피력한다면 대입자율화는 입시방법의 획기적인 변화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뤄지는게 아니라고 판단해요."
_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대입자율화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의 이양과 그에 걸맞은 책무가 뒤따라야 해요. 대입자율화가 정착되려면 학생선발권을 지닌 대학과 입시감독권을 쥔 정부, 학생추천권을 가진 고교간의 상호 신뢰와 협력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는 상호 소통과 협의를 통한 점진적 변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_무늬만 대입자율화란 의미인가요.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성이 대입자율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한다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에요. 다만 대학자율화의 상징인 입학사정관전형 도입 등 다양해진 전형방법은 대입자율화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기고 있어요. 입학사정관전형은 그 동안 수능 성적을 유일한 변별력으로 사용함으로써 대학의 서열화를 촉진했던 획일적 입시체제에 변화를 가져온 부분이 많아요. 인하대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확대해 올해 수시에서 총 정원의 21%(820명)를 선발합니다."
_인하대와 쳬藍?딱맞는 인재가 있을텐데요.
"대학마다 설립취지가 다르듯 우수 학생의 정의도 다양하다고 봐요. 인하대는 고국을 떠난 하와이 교포들이 하와이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성금을 모아 공업입국의 초석을 세워달라는 염원으로 세워졌어요. 이런 독특한 설립취지를 바탕으로 세 가지 유형의 인재상을 표방하고 있어요.
첫째,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갖고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좋겠어요. 두번째는 글로벌 역량과 자기관리능력에다가 적극적이며 실천적인 진리탐구에 매진해야 겠지요. 여기에 보편적 세계관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국가와 민족의 공동체적 선을 추구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한다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이 총장은 "외부평가에 비해 인하대 입학생의 수준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용주의 학풍의 전통과 함께 학부교육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고 했다. "수능성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이 인하대가 추구하는 실용주의 교육시스템을 통해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_입학사정관제의 빛과 그늘은 어떤 것일까요.
"입학사정관제는 성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잠재능력과 소질,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대입자율화에 기여했어요. 그러나 인하대처럼 대규모 대학에서의 입학사정관제는 많은 시간과 비용, 인적자원의 투입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 어려움이 많아요.
다시말해 정해진 기간 내에 많은 학생들의 서류를 심도 있게 평가하려면 이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입학사정관제는 소규모 대학으로서 최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대학에 적절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그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말을 아끼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쓴소리는 마다하지 않았다. "입학사정관제는 정량적인 평가방식을 넘어 종합적이고 정성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요. 따라서 대학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수에 의한 다단계' 평가체제를 더욱 정비할 필요가 있어요."
_다른 대학들이 인하대의 독특한 입학전형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요.
"몇가지 점에서 그런 것 같아요. '인하 TAS-P형 인재전형'때문일 겁니다. 이 전형은 이런겁니다. 지원자의 고교시절 성적향상 정도를 살펴봄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을 평가하는 것이지요. 인하대만의 독특한 전형방법이지요. 출발점에서는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점진적으로 향상성을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하자는 것입니다.
곧 미래의 발전가능성과 잠재능력이 있는 학생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지요. 이밖에 인천 소재 우수학생을 추천받아 선발하는 '지역인재추천전형', 대안교육 이수자를 선발하는 '대안학교 및 홈스쿨링전형' 등은 대학의 철학과 비전이 담긴 특성화된 전형들이라고 자부해요."
_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중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나요.
"어려운 문제지요. 그렇지만 분명한 원칙은 있어요. 대학존재의 근간은 연구와 교육이며, 이는 마치 자전거의 앞뒤 바퀴와도 같아요. 결코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우수한 연구결과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교육⋅양성시키고, 전문인력은 또한 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상호보완관계에 있어요."
_모두 똑같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인가요.
"인하대는 설립 당시 한국의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를 지향해 지금까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BK(두뇌한국)21사업, 대형국책연구센터 수주 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요. 또 지속적인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2012프로젝트'를 통해 2012년까지 외부연구비 2,000억원 달성, SCI 논문 2,000편 달성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물론 연구 뿐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매진중입니다. 2008년 이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됐지요. 교육 분야의 우수인재배출도 인정받고 있다고 봐요. 교육커리큘럼, 맞춤형 인재양성, 현장실습위주의 교육체계 구축 등은 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총장은 교육과 연구라는 고등교육의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대학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야 말로 융합의 시대에 필수사항입니다.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은 다른 한 쪽의 발전을 저해해 궁극적으로 세계화의 대열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인하대가 연구와 교육의 상호소통에 중점을 두고 세계 대학과의 조화와 경쟁을 통해 글로벌 연구와 교육의 유기체적 발전을 이끌어내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_글로벌 경쟁력은 어떻게하면 강화할 수 있을까요.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를 선도하려면 학문棘?융합, 해외공동연구와 공동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인하대가 송도캠퍼스를 통해 해외유수대학의 분교와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들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공동교육·공동연구를 확대시켜 나가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공대의 경우 기존 공대를 2개로 분리해 3개 공대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에요. 학사개편이나 사회적 수요에 대비한 전공 개설 등도 적극 검토하고있어요."
공대 교수이기도 한 이 총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외지유치(外智誘致)'개념으로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국 유명 대학의 지식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쉼없는 노력을 진행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배가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다부진 결론이었다.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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