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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진실 안의 거짓

입력
2010.08.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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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8 개각 장관ㆍ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로 끝났다. 대부분의 질의는 후보자 개개인의 비리 의혹이나 도덕 감정을 따지는 데 집중됐을 뿐, 능력과 자질을 본격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다. 결국 국회의 주체적 능력이 주어진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만한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했음을 확인시켰다.

그런데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각된 각종 의혹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그런 의혹이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 주된 이유를 후보자의 무성의나 비도덕적 자세에서 찾으려는 시각도 무성하다. 대표적 예가 가장 자주 지적된 위장전입 문제다.

위장전입 논란의 허실

'위장전입'은 엄밀한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언론과 일반인의 인식 편의상 널리 쓰인다. '위장'이라는 말에 워낙 강한 비난이 담겨 있어 구체적 행태가 어떻든, 위장전입 사실만으로 심각한 범법 행위로 인식되게 마련이다. 위장전입이 실정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지만 행위 양태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강한 사회적 비난을 퍼부어 마땅한지는 의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가장 흔한 지적은 일반인들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는데, 공직 후보자의 경우에는 가볍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부추기는 데는 효과적인 대비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주민등록법 위반을 이유로 일반인들이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는 예는 극히 드물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 허위 신고가 10만 7,000여건, 11만5,000여명에 이르렀지만 이 가운데 27명만이 고발됐을 뿐 위반자 대다수에는 법의 잣대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벌금 등의 형벌이 부과된 것은 이주비 보상을 노리거나 토지거래 허가 요건을 채우기 위한 위장전입, 예비군ㆍ민방위 훈련의 장기 기피와 관련된 위장 전입 등으로 한결같이 주민등록법 이외에 다른 법률 위반이 겹친 경우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민등록법은 시ㆍ군ㆍ구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 동태를 명확히 파악하자는 게 입법 목적이다. 따라서 위장전입이 다른 강행법규 위반과 함께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주민등록법이 다스리고자 하는 영역 밖이다. 또 주민등록법 37조 3항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이른바 죄질이 크게 다른 10가지 위반에 대한 포괄적 벌칙 규정이어서 '가벌성'을 특별히 과장하려는 게 아닌 한 위장전입에 곧바로 법정 형량을 대응시키기도 어렵다. 상식적으로 과속이나 신호 위반 등이 초래할 수 있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과 비교해 보기만 해도 위장전입이 제기하는 법익 침해의 위험성은 한결 가벼움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견해가 일반인의 뇌리에 박힌 위장전입의 위법성을 벗겨주진 않는다. 이미 해당 후보자들 스스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마당이다. 더욱이 위장전입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국민이 훨씬 많고, 그들이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사회적 진실이다.

수단과 절차도 참돼야

법적 문제인지 도덕적 문제인지를 가릴 필요도 없다.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가리는 데는 다 같이 중요한 잣대다. 다만 진실을 강조하려고 동원된 수단과 절차에 거짓이 섞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진실 속의 거짓과 거짓 속의 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 국민의 법 감정이나 도덕 감정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또 다른 거짓은 "2002년 이후와 그 이전의 위장전입은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에서도 발견된다. 이런 주장은 국민의정부 당시 장상ㆍ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인준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예를 들어 위장전입에 대한 현재의 어정쩡한 사회적 태도에 의문을 표한다. 그러나 신문을 뒤져보니 두 사람은 위장전입 말고도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고, 결정적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수 없었다. 지난 일이라고 마구 윤색하면, 애써 간 창 날만 무뎌진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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