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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문화 투자 "흙 속에서 진주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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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문화 투자 "흙 속에서 진주 캔다"

입력
2010.08.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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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8월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 제작사 ㈜굿스토리는 국내 최초로 일본 NHK에서 투자를 받아 드라마를 시작했으나 후반 제작비 조달에 애를 태웠다. 시중ㆍ저축은행, 창업투자사 등이 영세 제작사에 대한 투자를 꺼렸기 때문. 이 때 수출입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수출입은행은 나쁜 남자의 흥행요소와 수출 전망을 타진한 뒤 ‘완성보증제도’를 통해 10억원을 저리로 지원했다.

금융기관에게 영화 게임 같은 문화콘텐츠산업 대출은 ‘판타지’의 영역이다. ‘잘만 되면 대박’이라는 환상의 이면에는, ▦불투명한 성공 가능성 ▦열악한 업체의 신용도 등 금융이 꺼리는 비현실적 요소가 숱하기 때문. 투자에 나서는 금융사가 적은 만큼, 자금 부족으로 빛도 보지 못하는 대작이 많은 게 현실이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이런 한계를 넘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플랜트 조선 등 주로 중후장대형 산업에만 치중하던 수출입은행이 대표적 무형 소프트산업에까지 지원의 지평을 넓힌 것. “제품을 파는 것만 수출로 인식되던 시대는 지났다. 문화콘텐츠도 얼마든지 수출효자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게 수출입은행 대출정책변화의 배경이다.

작품 제작의 보증수표

수출입은행의 대출은 제작자들에게 ‘보증수표’로 통한다. 연 4~5%대 저금리로 제작비를 구할 곳은 이 곳 말고는 없다. 자연히 영세 제작사마다 문의가 쇄도한다. 하지만 아무리 국책은행이라도 장밋빛 설명만 믿고 자금을 내주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옥석을 잘 가리려면 연구와 토의는 필수. 5명의 수출입은행 지식문화콘텐츠팀원에겐 업무중 영화 보기와 게임 즐기기가 일상화돼 있다. 상품을 잘 알아야 심사도 잘 할 수 있기 때문.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늘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그 드라마는 스토리가 약하다” “그 게임은 유행이 지났다” 등 긴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낸다. 국내 애니메이션업계 1,2위를 다투지만 일반 기업 기준으론 영세업체인 ‘동우애니메이션’에도 20년간의 제작과 수출경력을 인정해 대출을 결정했다. 수출입은행 석주환 차장은 “문화업계 대출의 제1기준은 사람”이라며 “업체 대표가 발로 뛰며 각종 자료를 열심히 준비해 오면 일단 대출 승인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출 확대를 위한 노력

초기 수출입은행의 대출대상은 제한적이었다. 롯데시네마가 베트남에 극장을 짓는 데 지원하는 식이었다. 변화가 온 건 2008년. 법 개정으로 콘텐츠에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작년 4월에는 ‘기술력’ 위주의 자체 대출심사 모델도 개발했다. 일반기업과 달리, 재무평가 분야를 줄이고 제품의 상품성과 제작자의 평판, 배급사의 신용도 등의 배점을 대폭 높였다. 국내 최초로 전세계 동시 개봉을 준비중인 애니메이션 은 이런 모델이 있어 대출대상이 됐다.

작년 9월부터는 ‘보증’을 적극 활용 중이다. 영세업체 지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수출입은행이 보증재원을 내고, 기술보증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해 대출의 부실위험을 줄이는 이른바 완성보증제도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는 신용도 높은 대형업체에 쏠렸던 대출이 영세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는 금융의 블루오션

영화 시리즈가 최근 10년간(1997~2007년) 창출한 부가가치는 약 300조원. 같은 기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약 230조원)보다 많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관광 음반 완구 출판 공연 등 다른 연관산업에서도 부가가치가 줄줄이 창출된다.

‘한류’ 효과를 경험한 정부는 일찌감치 문화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했지만 금융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 이평구 수출금융본부 부행장은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은 문화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매우 활발하다”며 “국내 금융권도 흙 속의 진주를 골라낼 심사능력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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