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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남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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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남자의 맛

입력
2010.08.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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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기도 싫다. 오랜 더위에 입맛마저 잃었다. 당신이 이 같은 증세에 시달린다면 오늘 저녁밥상에 얼큰한 고등어조림을 준비하자. 오래전 '고등어'란 제목으로 시를 쓴 적이 있다. 그 시에 고등어를 이렇게 설명했다. '황인종과 친숙한 바닷물고기' '빛나는 군청빛 등어리'.

황인종인 우리에게 고등어는 싸고 푸짐한, 그런데도 맛있는 생선이다. 군청빛 등어리는 동맥경화, 뇌졸중 예방에 좋은 EPA, DHA 같은 불포화지방산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고등어 싫어하는 한국인이 있으랴. 고등어구이든 조림이든 고등어 반찬도 우리 밥상 위의 '불멸의 고전'이다.

하지만 오늘의 고등어조림 레시피에 꼭 추가할 것이 있다. 싱싱한 고구마 줄기이다. 고구마 줄기에는 비타민A, C, E가 많다. 고구마 줄기를 냄비 바닥에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고등어 놓아 조림을 하자. 양념 간은 칼칼할수록 좋다. '맵거나 텁텁하거나 해서 목을 자극하는 맛'을 칼칼하다 하는데 반드시 '칼'이 2개 이상 들어간 남자의 맛이어야 한다.

바다의 고등어와 뭍의 고구마 줄기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에게 아낌없이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법. 경상도 남자들은 입을 '아구통'이라 한다. 욕이 아니라 경상도 탯말이다. 아구통을 주먹으로 세게 한 방 맞은 것 같은 얼얼한 맛! 그런 맛을 먹자. 도망간 당신의 입맛이 돌아올 것이니.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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