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칠레 북동부 소도시 코피아포의 구리광산 붕괴로 매몰된 남편 마리오 고메즈(63)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릴리아네트 라미레즈(51)씨. 사고현장 주변 매몰자 가족 임시캠프인 ‘희망 캠프’에서 3주째 생활하고 있는 그는 지하 700m 갱도에 갇힌 남편이 구조되려면 4개월이 걸린다는 소식에도 들떠 있다. “곧 보게 될 거고, 이후에도 우린 행복할 거요”라고 쓴 남편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번 일로) 상황이 달라졌고, (남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요. 다시 볼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라고 답장을 썼다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앞서 고메즈씨 등 매몰 광부들은 22일 구조대가 갱도에 뚫은 드릴 구멍을 통해 “33명 모두 괜찮다”는 쪽지를 전달, 생존 사실을 알렸다. 라미레즈씨는 “결혼 30년 만에 다시 러브레터를 주고 받는 걸 상상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매몰자 가족들도 편지에 마음을 담았다. 루이스 세고비아(49ㆍ여)씨는 블라우스에 매몰된 남자 형제의 흑백사진을 꽂은 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가족들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편지를 썼고, 알베르토 아발로스(42)씨도 조카에게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쓰고 싶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을 총괄하는 라우렌세 골보우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은 편지가 매몰 광부들의 생존 의지를 잃지 않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구조대는 음식과 의약품을 공급하는 구멍을 통해 가족들의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당국은 매몰자들의 건강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진과 심리학자들은 매몰 광부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섰다. 구조대는 매몰자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질문지와 가족과 대화를 돕는 소형 마이크를 갱도로 내려 보냈으며, 바깥과 연결하는 지름 15㎝의 구멍을 사람이 드나들 정도로 확대하기 위해 밤샘 작업도 진행했다. 칠레는 또 미항공우주국(NASA)에 제한된 공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지원을 요청키로 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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