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란 암호명으로 통하는 미 중앙정보국(CIA) 아프가니스탄 지국 책임자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 간 관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폭로했다.
스파이더는 지난해 아프간 대선 이후 미국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자 카르자이 대통령이 올해 4월 미국을 공개비난하며 양국관계가 악화했을 때 이를 봉합하고 5월 카르자이의 방미를 성사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6월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사령관의 해임 이후 양국 정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핵심인물로 자리잡게 됐다. 그의 비공식적 영향력에 반발한 칼 에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해 9월 스파이더의 아프간 임기연장을 반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더는 해병대 출신 50대로 1970년대 CIA에 합류해 구 소련의 아프간전쟁 당시 아프간 반군 훈련을 맡았고 보스니아와 이라크에서도 근무한 베테랑이다. 구체적 신분은 비밀에 부쳐진 인물이다. 스파이더는 미국의 아프간전 개전 이전부터 파키스탄에 머물던 카르자이와 친분을 쌓았다. 특히 2001년 12월 카르자이와 아프간 부족장들의 비밀회합 장소에 대해 미군이 오폭했을 당시 몸을 던져 카르자이를 보호해 큰 신임을 얻었다. 이후 의심 많은 카르자이가 그의 솔직한 성품을 높이 사 미국과의 협상은 항상 스파이더를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중대한 일이 발생하면 항상 그와 상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위상이 커지면서 현재 아프간 근무 CIA요원의 규모는 이라크전 당시 보다 크고 베트남전 당시 최고인원보다 20~25%나 더 많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간의 협력이 스파이더 개인관계에 의존도가 높아지면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직 군관계자는 “대 아프간 정부 관계에서 정책적 접근이 실종된 상태”라고 WSJ에 밝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