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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 (10) 다문화인 울리는 위장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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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1부> (10) 다문화인 울리는 위장결혼

입력
2010.08.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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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사라졌어요" 한국 입국용 국제결혼… '가정의 꿈'이 악몽으로

경기 이천시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53)씨는 노총각의 한을 풀기 위해 올해 초 국제결혼 중개 업체를 통해 29세 베트남 여성을 소개받았다. 국제결혼에는 신부 집에 건넨 결혼 지참금을 합쳐 약 2,000만원이 필요했다. 없는 살림에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결혼했지만 그토록 원했던 단란한 가정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결혼 생활에 관심이 없었던 부인은 “베트남 집에 돈을 보내 달라” “컴퓨터를 사 달라”는 등 온갖 요구를 하더니 급기야 입국 20일 만에 1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4월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다시 돌아와만 준다면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 주겠다”고 호소했어도 부인의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가출한 부인은 이미 베트남 남성과 동거 중이었다.

결혼은 효과적 입국 수단

적지 않은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이 국제결혼을 통해 진실한 배우자를 찾는다. 하지만 외국 여성 가운데는 한국행의 수단으로 위장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중개 업자들도 이런 사정을 알고 돈벌이를 위해 위장 결혼을 알선한다.

이달 초 무등록 중개 업체들과 이들이 연계해 준 내·외국인 등 119명을 적발한 경기지방경찰청 외사과에 따르면 외국 여성들의 위장 결혼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가장 많은 것은 여성이 중개 업체에 돈을 주면 중개 업자는 노숙인이나 신용불량자인 한국 남성을 섭외해 엮어 주는 경우다. 여성들이 내는 돈은 국가와 환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2,000만원 안팎이고, 이 가운데 몇 백 만원은 가짜 남편에게 돌아간다. 돈을 받은 남성은 현지로 날아가 결혼식 사진 등 증거를 만든 뒤 귀국해 혼인신고를 한다. 다시 혼인신고서를 들고 현지로 가 외국 여성과 함께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인 배우자에게 발급하는 비자(F_2_1)를 신청한다. 이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입국, 1년 뒤에 한 차례 체류연장허가를 통해 거주기간 2년을 채우면 외국 여성에게는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긴다.

다른 하나는 위장 결혼이 목적인 외국 여성이 결혼에 목마른 한국 남성과 맺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입국에 성공한 외국 여성은 잠자리는 피하면서 갖은 핑계를 대며 헤어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특징이다. 수사 기관은 이런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함께 사는 기간을 한 달 이내로 보고 있다.

중개 업자의 진화

국제결혼을 돈벌이로 여기는 것은 비단 중개 업자들만이 아니다. 최근 수사 기관에 검거된 이들 중에는 위장 결혼 등으로 먼저 입국한 외국 여성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자신이 했던 것처럼 동포를 꾀어 돈을 챙기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경기경찰청에 검거된 베트남 여성 B(25)씨도 마찬가지다. 2007년 12월 위장 결혼으로 입국한 B씨는 올 3월 한국행을 원하는 베트남 여성 4명을 모집해 한 사람에 1,700만원씩 받고 허위초청 형식으로 입국시켰다. 이 여성들은 충북 음성군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적발돼 강제추방됐다.

외국 여성들이 현지 여성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에 붙잡힌 또 다른 베트남 여성 H(35)씨는 2008년 8월부터 무등록 중개 업체를 운영하며 베트남인 4명을 모집책으로 활용했다. 모집책들은 위장 결혼을 원하는 베트남 여성 1명을 소개하는 대가로 400만원씩을 챙겼다.

코리안드림이 뭐길래

위장 결혼이 횡행하고 이를 둘러싼 산업이 활개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코리안드림 때문이다. 외국 여성 입장에서는 거금을 중개 업자에게 주더라도 한국에서 몇 년만 일하면 그 이상 뽑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먼저 입국한 외국 여성들은 자국 여성 한 명만 중개 업자에게 소개해 줘도 수백만 원이 떨어진다. 공장이나 식당에서 뼈 빠지게 일해야 한 달에 100만원 남짓 손에 쥐는 현실에 비하면 아주 손쉬운 돈벌이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포를 위장 결혼으로 내몰았어도 반성의 기미는 별로 없다”며 “오히려 ‘우리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서로 윈_윈하는 것’이라며 항변한다”고 전했다.

위장 결혼은 다문화의 적

현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은 중개업을 허가제가 아닌 등록 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요건이란 것도 사무실 확보, 금융 기관 예치금 5,000만원이나 보증보험 가입 정도지만 이마저 갖추지 못한 무등록 중개 업체들이 전국에 난립해 있다. 경찰청이 7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실시한 일제단속에서 적발된 무등록 중개 업자만 414명에 달한다.

진정으로 국제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성들이 이 같은 무등록 중개 업체들의 마수에 걸리면 결혼의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데도 피해보상을 받을 길은 없다. 무등록 중개 업체에 가입비 300만원을 포함해 1,200만원을 내고 중국 여성(41)과 재혼하려다 실패한 박모(59)씨는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와 혼인신고를 하려는데 신부가 이미 불법체류자로 추방된 상태라 재입국이 불가능했다”며 “돈을 돌려받으려 償嗤?업체와는 연락도 안됐다”고 토로했다.

이재술 경기경찰청 외사수사1대장은 “위장 결혼 수사를 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회의가 든다”며 “피해 남성 대부분은 결혼 적령기를 놓친 데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이들이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외국에서 배우자를 찾는 남녀가 떳떳하게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위장 결혼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 인터뷰/ 권창만 부산경찰청 외사수사대장

“외국 여성들이 위장 결혼의 늪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국제결혼 중개 업체 관련 규정 강화가 최우선이다.”

권창만(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장은 “위장 결혼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특히 중개 업체와 외국 여성, 한국 남성 3자가 모의해서 위장 결혼을 시도하면 뚜렷한 피해자가 없는 탓에 다른 범죄에 비해서 인지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위장 결혼으로 입국했다 지역에서 적발된 외국인 수는 110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지역에서 검거된 불법입국사범 143명 중 78%에 달하는 숫자다. 수사 기관의 인지와 단속이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위장 결혼 규모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권 대장은 “현행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로는 중개 업체가 결혼 당사자들에게 상대방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불법이 방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 4월 일부개정돼 11월부터 시행되는 결혼중개업법도 혼인 상태와 직업, 건강 상태 등의 신상정보 제공은 의무화했지만 형사처벌까지는 가능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중개 업체가 이용자 및 상대방에게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신상정보 자료를 보관하지 않을 때도 처벌할 수 있어야 실질적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권 대장은 현지 대사관에서의 비자발급심사 강화, 집단맞선 금지, 관련 법령 위반 시 관계 기관 간 신속한 정보 공유 등을 강조했다. 그는 “다문화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결혼이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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