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지원 재개 여부를 놓고 23일 당ㆍ정ㆍ청이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정부 내에서도 부처간 입장이 달랐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당 출신 일부 장관 후보자들은 이날 "지원 재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반면, 청와대와 통일부에선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북 쌀지원에 대한 여권의 속내가 그 만큼 복잡하다는 의미다. 쌀 지원을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냐, 대북 정책의 원칙을 지킬 것이냐 사이에서 여권이 고민하고 있다.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추석을 앞두고 평북 신의주 등에 대규모 수해를 입은 지금이 북한에 손을 내밀 좋은 기회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북한이 시인도 사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 직접지원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럽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여권이 당장은 아니라고 하지만 적절한 때와 상황이 오면 쌀 지원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여권 핵심인사 9인 회동에서 북한에 쌀 지원을 재개할 지를 정부가 검토해 보라고 제안했다"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재개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남한은 남아도는 쌀 문제를, 북한은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제의는 아니다"며 선을 그은 뒤 "정부 검토 결과가 오면 당에서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대북 쌀지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와 유정복 농식품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에 쌀을 지원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당에서 관련 언급이 나오면 천천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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