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가 화두였던 현정부 1년 차와 '세원 확대'에 무게를 실었던 2년 차에 비해 올해 세제개편은 눈에 띄는 내용들이 확 줄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화두로 꺼내든 친서민과 일자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집권 초기 대폭적인 수술에 비하자면 미세 조정에 가까워 보인다.
친서민ㆍ일자리 세제개편(?)
이번 세제개편의 타이틀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세제개편'.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일자리 창출을 적극 유도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제도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자리와 친서민에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도입 ▦소기업 및 중소기업의 인원 기준 폐지 및 완화 ▦일용근로자 원천징수세율 인하 ▦근로장학금 소득세 비과세 ▦경차 유류세 환급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기엔 상당히 미약하다. 빠듯한 재정 현실에서 서민들을 위해,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턱대고 세제 지원을 늘리기에는 애당초 한계가 분명했다. 더구나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안 된다"는 대기업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결과물이란 평가다.
실제 정부의 세부담 귀착 효과 분석도 매우 자의적이다. 고소득자의 기준을 총 급여 5,000만원(과표 3,500만원 가량) 이상으로 삼고 세 부담의 90%(1조3,000억원)가 대기업 및 고소득자에 귀착된다고 발표했지만, 작년에는 고소득자 기준이 총 급여 1억2,000만원(과표 8,800만원)이었다. 작년 기준을 적용하면, 중소기업과 서민 부담이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과세ㆍ감면 일몰 도로 제자리
정부가 누차 강조했던 것이 비과세ㆍ감면 일몰 정비였다. 누더기 같은 예외 조항을 대폭 줄여서 원칙에 충실한 조세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세수 확대 필요성도 거듭 강조됐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ㆍ감면 제도는 50개. 이 중에 31개가 이런 저런 이유로 또 다시 일몰이 연장됐고, 3개는 일부 축소된 형태로 연장됐다. 연말로 종료된 제도는 16개에 그쳤다.
문제는 올해 새롭게 신설된 비과세ㆍ감면 일몰 제도도 10개 안팎에 달한다는 점.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의 이익집단 로비나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일몰 연장 등 추가 대책까지 감안하면, 비과세ㆍ감면 정비라는 정부의 원칙이 무색하다. 이 결과,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가는 1조9,000억원으로 작년(10조5,000억원)에 한참 못 미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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