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인이 뮤지컬 배우가 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깜짝 뮤직비디오 감독이 될 수도 있다. 또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제작진은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 배우들로만 꾸미는 번외 공연을 추진 중이다. ‘김종욱 찾기’는 2006년 초연 이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장기 공연 중인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일반인 배우는 홈페이지(www.musicalfirstlove.co.kr)를 통해 29일까지 접수를 받은 뒤 서류심사와 오디션을 거쳐 총 14명(7명씩 2개팀)을 선발할 예정인데, 현재 30명이 넘게 지원했다. 선발된 이들은 현 제작진에게 3개월 동안 노래, 안무, 연기 등을 지도 받고, 12월 무대에 오른다. 제작진은 “번외 공연이긴 하지만 전문 훈련을 받은 일반인 배우들이 현재 공연중인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며 “관객들과 더욱 뜨겁게 소통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수 박상민은 23일 발매된 13집 앨범 타이틀곡 ‘그대만의 바보’의 뮤직비디오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한다. ‘나도 뮤직비디오 감독’이란 이름으로 총 상금 1,000만원이 걸린 공모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만 낼 수 있다. 9월 16일까지 포털 다음의 배너를 통해 링크된 다음TV팟에 뮤직비디오를 올리면 된다. 박상민의 소속사 팍스뮤직엔터테인먼트 서민수 대표는 “최근 다른 곡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스태프가 장난 삼아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재미있어서 공모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SBS가 23일부터 5일간 연속 방송하는 ‘대한민국 해양대탐험’(오후 6시25분)의 주인공들도 6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5명의 일반인. ‘해양대탐험’은 이들이 서해에서 독도까지 노를 저어 탐험한 74일간의 기록을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보여준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둬야 했던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 싱글대디, 취업준비생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대원들이 때론 힘차게, 때론 힘겹게 이어가는 바다 위 생활이 웃음과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콘텐츠 생산자가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려는 경향과 대중들의 체험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면서 “무대에 서고, 영상을 만들고, TV에 출연하는 것이 이제는 사람들에게 특별하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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