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이 결국 시공사인 삼성물산을 빼고 가는 수순을 밟게 됐다. 강제 퇴출이든, 자발적 퇴장이든 용산역세권개발에서 삼성이 빠지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제 ‘새판짜기’가 불가피해졌다.
롯데관광개발과 KB자산운용, 푸르덴셜부동산투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주요 출자사들은 23일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드림허브PVFㆍ시행사)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대해 주간사 지위(자산위탁관리회사 지분 45.1%)를 내놓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주간사 지위를 내놓지 않을 경우, 이사회 정관을 바꿔서라도 퇴출을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출자사들은 다음달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5분의4 이상에서 3분의2 이상으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코레일이 이끄는 출자사들이 이처럼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삼성물산이 사업자금조달에 대한 건설사 지급보증을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 삼성물산을 사업에서 배제시키기 위해선 이사회 5분의4 이상의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이사 10명 중 3명이 삼성물산과 삼성SDS에서 선임한 이사들이어서 5분의4 (8명)이상의 표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다음달 8일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결의 기준을 3분의2 이상으로 바꾸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만약 정관이 바뀌게 되면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은 삼성물산과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참여에 관심이 있는 새로운 투자자를 구성해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용산 문제의 핵심은 땅값 조달 방법을 놓고 벌어진 출자사간 의견차를 좁혀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는 것인데, 이번 이사회 결의는 (지급보증을 거부한) 한쪽에만 일방적인 책임을 지워 사업에서 배제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물산은 일단 다음달 열릴 드림허브 주총 결과가 중요해진 만큼, 다른 건설출자사들과 물밑 협의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자발적으로 빠지든, 코레일에 의해 강제 퇴출 당하든,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에선 손을 뗄 수밖에 없는 구도로 내몰리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코레일은 이사회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이 빠지는 것을 전제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약 4조여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코레일이 매입, 사업자금 조달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며 삼성에 대한 퇴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삼성물산이 빠지고 지난달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최대 출자사 3곳이 제시한 중재안(건설사 9,500억원 단계별 지급보증, 3,000억원 증자 등)이 만족될 경우 코레일이 4조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선매입할 것”이라며 “이렇게만 되면 2012년까지 필요한 자금(8조800억원 상당) 조달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선 코레일이 자금조달을 위해 토지중도금 중 일부인 651억원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나서는 방안도 만장일치로 결의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7일 만기가 돌아오는 8,500억원 규모의 ABS 이자 128억원의 납입 문제도 해결돼 사업 디폴트 위기도 넘길 수 있게 됐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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