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창출ㆍ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을 어제 확정, 발표했다. 제목에 나와 있듯이 이번 개편안은 '고용'과 '서민'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내년부터 새롭게 고용하는 인원에 따라 세제 혜택을 차별화하는 고용 창출형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농ㆍ어민과 중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투자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해 왔다. 법인세 감면도 기업의 투자여력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는 달리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따라서 신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고용 창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법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고용 창출과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크게 미흡해 보인다. 정부는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한 듯 올해 세제 개편에 따른 향후 5년간 세수 증가 효과는 1조9,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90.2%(1조3,000억원)가 대기업ㆍ고소득자에 귀착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8년 소득세ㆍ법인세 세율 인하로 줄어든 세금이 연간 30조원에 육박하고, 이 중 80% 이상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상황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정부가 진정 친서민 기조를 강화할 생각이라면 '소비 진작ㆍ고용 창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부자감세부터 철회하는 것이 정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크게 나빠진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도 부자감세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50조원 이상 늘어났고 올해에도 50조원 안팎의 증가가 예상된다. 한 번 훼손된 국가재정은 복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부자증세에 나서는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 심화로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이렇게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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