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체벌 규정 삭제’ 지시와 관련해 지난주 일부 사립고 교장들이 집단적인 반대의 뜻을 밝힌 데 이어 고교 생활지도 교사들도 체벌 대체 방안이 졸속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시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고교 생활지도부장 회의’에 참석한 교사들은 “사전 토론회 등 의견교환 없이 체벌금지 원칙을 정해 일방적으로 하달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시교육청의 방침을 강하게 성토했다.
회의에 곽 교육감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교사들은 회의를 주재한 교육정책국장, 중등정책과장,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체벌 대체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교사는 “문제 학생을 경고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장실로 보내라고 했는데 교장이 항상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졸속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사는 “사회봉사나 특별교육 이수 등의 조치를 하려 해도 문제 소지가 있는 학생을 받아주는 외부 기관이 거의 없다”며 “학생에게 사회봉사를 지시했더니 처벌까지 두달이 걸렸다. 즉각적인 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장과 교감의 계도로 개선되지 않는 학생은 교칙에 따라 엄중 처벌하거나 가정법원 소년부에 통고해 처리하라는 시교육청의 지시에 대해서도 “가정법원에 통고한다는 것은 제자를 법원에 고발하라는 것인데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A고 생활지도담당 김모 부장은 “체벌이 나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대체 벌을 내릴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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