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성 연기자인 김모(17)양은 소속 기획사로부터 성형수술을 하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주위에서 성형수술을 하는 선배 연기자나 가수들을 보긴 했지만 막상 자신이 그런 말을 들으니 겁이 적지 않게 났기 때문이다. 연예 활동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신체 노출보다도 더 힘든 일이라 부모와 상의도 못한 채 걱정이 태산이다.
연예인으로 활동 중이거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성(性) 및 학습권 침해가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1일부터 8월 5일까지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에 의뢰해 9~24세 연예인 및 연예인 지망생 103명(남성 53명ㆍ여성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연예인 성보호 근로권 학습권 실태 분석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3일 밝혔다.
응답자 중 19세 미만 청소년 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여성의 56.1%가 다이어트를, 14.6%가 성형수술을 권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12.8%가 다이어트를, 2.1%는 성형수술을 권유받았다고 답했다.
또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을 강요당한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 응답자 중 10.2%가 연예 활동 때 다리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노출을 경험한 여성 연예인의 60%는 강요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청소년 응답자의 9.1%는 연예 활동 시 무대나 촬영장에서 애무 키스 등 선정적 행위를 경험했으며, 4.5%는 음담패설 비속어 성희롱 유혹 등 선정적 암시가 담긴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 실태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세 미만 39명의 청소년 중 35.9%가 하루 8시간 이상을, 10.3%가 주당 40시간 기준을 초과해 일한다고 답했으며 41%는 법으로 금지한 야간 및 휴일 근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학습권 보장도 문제다. 초중고에 재학 중인 응답자 88명 중 47.6%가 한 학기 동안 1주일에 반나절 이상, 26.9%는 2일 이상 학교 수업을 받지 못했다. 응답자의 40%는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 청소년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은 절반 이상인 64.3%가 불면증을 경험했고 우울증 약 복용(14.3%), 연예 활동에 대한 회의(14.5%) 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백희영 장관은 “이번 실태 조사에서 청소년 연예인의 성보호와 근로권 및 학습권 보장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26일 정책세미나를 열어 법 제도 개선을 비롯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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