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동서양 애니 명가 지브리 픽사

입력
2010.08.23 12:02
0 0

존 래스터. ‘토이스토리’와 ‘벅스 라이프’ ‘카’ 등을 연출하며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이미 스스로가 살아있는 전설이 된 그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설 속 동물인 토토로 인형이 놓여있다고 한다. 지난해 자신이 기획한 ‘업’이 칸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뒤 래스터는 “난 오래 전부터 미야자키의 열렬 팬이다. ‘업’을 비롯한 모든 픽사 영화가 미야자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래스터가 각본과 기획을 맡아 지난 5일 개봉한 ‘토이스토리3’에도 토토로 인형이 등장한다. 미야자키에 대한 래스터의 무한한 애정과 존경심이 우러난다.

지난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을 다녀왔다. 미야자키의 설계로 2001년 만들어진 뒤 세계의 재패니메이션 팬들이 성지 순례하듯 찾는 곳이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현실에 옮겨놓은 듯한, 아기자기한 상상력으로 디자인된 장소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면 애니메이션을 위한 상상력이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며 미야자키가 꾸민 ‘소년의 방’엔 눈길을 사로잡는 작은 물건이 있었다. ‘토이스토리’의 주요 캐릭터인 우디와 버즈 라이트이어의 그림이 그려진 유리병이었다. 래스터의 애정 표시에 대한 미야자키의 화답이자, 미야자키의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헌사가 담겨있는 듯했다. 아날로그적 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미야자키의 지브리 스튜디오와, 컴퓨터에 철저히 의존하는 래스터의 픽사는 다른 길을 걸어가는 듯 하면서도 서로의 작업을 흠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다른 듯한, 동서양을 각각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회사인 지브리와 픽사는 즐거움이라는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미친 래스터는 고교시절까지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친구들 몰래 극장을 들락거렸다. 그가 디즈니를 박차고 나와 존재감 없던 회사 픽사에서 10여 년간 도 닦듯 묵묵히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개발할 수 있었던 힘은 “창작과 성취의 기쁨”이었다. 미야자키도 다르지 않다. 그는 “즐거움도 일의 일부”라고 곧잘 말한다. 고희를 눈앞에 둔 나이에도 시들지 않는 그의 상상력과 창작욕도 결국 기쁨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부러움과 시샘으로 가득 찼다. 래스터와 미야자키는 즐겁게 일하면서 자본과 전통이라는 튼실한 주춧돌 위에 그들의 왕국을 건설했다. 주변의 든든한 배경이 그들의 오늘을 있게 한 진정한 우성 유전자가 아닐까. 우리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