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가을 보름달이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 추석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길기 때문이다. 올 추석의 공식휴일은 9월 21~23일(화~목) 사흘이지만, 징검다리 식으로 연결된 앞뒤 주말을 감안하면 최장 9일(18~26일)의 휴무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한국영화 5편이 출사표를 던지며 충무로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한 해 최고의 대목이라는 여름시장이 무색할 정도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명절 대목이 열리는 것이다.
한국영화 5편 개봉, 추석 극장가 ‘전운’
워낙 긴 연휴이다 보니 다종다양한 영화들이 흥행 잭팟을 노린다. 연휴 직전인 9월 16일 개봉을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인 한국영화는 액션과 로맨스, 코미디 등 장르도 각각이다. 한 날 한국영화 5편이 동시 개봉하기는 유례가 없다.
액션영화로는 ‘무적자’(감독 송해성)가 흥행 왕좌를 노린다.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는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등의 화끈한 액션을 매개로 사나이들의 의리를 펼쳐낸다.
사랑 고백을 못하는 남자들의 고민을 처리해주는 이색 흥신소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라노: 연애 조작단’(감독 김현석)은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노린다. 김태희와 양동근이 주연한 ‘그랑프리’(감독 양윤호)는 경마장 기수들의 좌절과 도전과 사랑을 그린다.
충무로 재주꾼 장진 감독의 ‘퀴즈왕’은 웃음을 승부수로 띄운다. 상금 133억원이 걸린 TV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 정답만을 우연히 알게 된 사나이들이 퀴즈쇼에 도전하는 과정이 관객들의 배꼽을 노린다. 대학 영화학과 학생 옥희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는 시네필들을 유혹한다.
외화들도 추석 대목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고양이와 개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캣츠 앤 독스2’, 밀라 요보비치가 여전사로 등장해 인기를 끈 ‘레지던트 이블’시리즈 4편도 추석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인기 TV시리즈를 스크린에 옮긴 ‘노다메 칸타빌레 Vol.1’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도 개봉한다.
“명절 대목 부활” vs “오래 쉰다고 관객 드나”
충무로가 예상하는 올 추석 연휴 기간의 관객 수는 적어도 450만명. 많게는 700만명까지 기대한다. 돈으로 따지면 315억~490억원 가량의 시장 규모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공식 연휴가 수~금요일이었던 2006년 추석 때와 비슷하다. 당시 앞뒤 주말을 포함해 450만명이 극장을 찾았는데 올해는 여건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보기 드문 연휴라 700만 관객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흘 연휴에 그쳐 최악의 추석 시즌으로 평가 받았던 지난해 관객 수(206만명)를 바탕으로 해도 올해 600만명 가량이 극장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 달 평균 관객수가 637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추석은 역시나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반면 올 추석시장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긴 연휴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잿빛 전망도 나온다. 올 추석 해외여행 예약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너무 긴 연휴가 오히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을 줄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한국영화 4편이 각축한 2008년 설 연휴 때도 대부분의 영화가 지리멸렬했다. 여행에 나서는 관객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눈에 확 띄는 굵직한 작품들이 없어 관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여러 작품의 출혈경쟁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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