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투병의 이라크 철군완료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 될 연설을 준비 중이다. 연설은 오바마가 29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에 복귀한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22일 외신들은 7년5개월 간의 이라크전을 평가하는 이 연설 문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백악관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오바마는 전투병 철군에 대해 임무달성이라는 ‘자화자찬’ 보다는 공약이행을 강조하며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 연설이 2개월 남은 중간선거에서 유권자 마음을 움직일 돌파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전쟁 승리와 종전을 발표하는 것은 대중적 인기를 얻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돌아온 병사들을 만나는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전은 쉽게 끝나지 않을 더러운 전쟁”이라며 “지금 오바마는 7년 전 전임자가 범한 우를 되새겨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2003년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득의양양하게 이라크 전쟁의 전투종료와 함께 승리선언을 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당시 깜짝 이벤트가 열린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연설대 뒤편에는 ‘임무달성(Mission Accomplished)’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러나 승리선언 뒤 더 많은 미군이 희생되면서 부시 인기는 하락했고, 워싱턴 정가는 문제의 현수막을 누가 걸었느냐는 ‘배너게이트’에 휩싸였다.
여전히 승전이나 전쟁종료를 언급하기 어려운 이라크 상황에서 오바마 연설 이후 자칫 배너게이트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데스만은 “이라크전은 끝나지 않았고, 승리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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